밤하늘의 별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천체의 거리를 재는 가장 오래된 방법은 연주시차입니다. 특정 천체의 위치를 관측하고 6개월 뒤에 지구가 태양 반대편에 왔을 때 다시 관측합니다. 관측 대상이 고정되어 보이는 다른 천체와 비교해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측정하는 것이지요. 천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시차가 커집니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내다볼 때 먼 산은 천천히 움직이고 가까이 있는 나무는 빨리 움직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러나 천체의 빛은 지구의 대기를 뚫고 들어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기의 흔들림에 의해 산란이 일어납니다. 그 결과 별빛이 퍼지며 시상(seeing)을 만들고, 이 시상의 크기보다 시차가 작은 천체는 지구에서 거리를 잴 수 없게 됩니다. 연주시차가 유일한 거리 측정 방법이었던 20세기 초반까지는 거리를 알 수 있는 천체의 범위가 한정적이었습니다. 따라서 당시의 천문학자들은 우리은하가 우주의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20세기 초반의 우주관은 미국의 천문학자 헨리에타 스완 레빗(Henrietta Swan Leavitt)이 발견한 세페이드 변광성의 특성에 의해 급진적으로 바뀝니다. 레빗은 사진 건판에 찍힌 별의 밝기를 조사하던 중 세페이드 변광성의 밝기 변화 주기와 최대 밝기의 관계를 알아냈습니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질량이 태양의 4~20배인 무거운 별입니다. 질량에 따라 1~50일 주기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밝기가 변합니다. 이 주기가 길수록 질량이 크고, 최대 밝기 역시 커집니다. 한편, 우리 눈에 보이는 광원의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 어두워집니다. 마주오고 있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가까워질수록 밝게 보이는 원리와 같습니다. 하지만 광원이 깜빡이는 주기는 거리와 무관합니다. 따라서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를 이용해 알아낸 실제 밝기와 우리에게 보이는 밝기의 차이를 이용해 거리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우주 어느 곳에서든 그곳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표준 광원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우리은하의 규모를 더욱 정확히 가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안드로메다 성운을 향해 망원경을 돌렸던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밝기 관계를 통해 이 성운이 우리은하의 반지름보다 훨씬 먼 거리에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천문학계는 안드로메다 성운이 우리은하 외부의 독립 은하, 즉 안드로메다 은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성운으로 알고 있던 천체가 속속들이 외부 은하로 밝혀졌지요. 마침내 우리은하도 수많은 은하 중의 하나라는 우주관이 자리잡았습니다. 세페이드 변광성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허블은 수십 개 은하의 거리를 구하고, 도플러 효과를 활용해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먼 은하일수록 더 빨리 멀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허블의 법칙은 그때까지 이론에 그쳤던 우주 팽창의 직접적인 관측 증거가 되었고, 빅뱅 우주론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빅뱅 이론을 처음 제안했던 벨기에의 천문학자 조르주 르메트르가 허블의 발견 이전에 이미 이 관계를 이론적으로 예측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이후 허블의 법칙은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습니다.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밝기 관계식으로 구한 천체의 거리에도 오차는 있습니다. 주된 이유는 세페이드 변광성에 금속성 물질이 있으면 주기-밝기 관계식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또, 세페이드 변광성 앞에 빛을 가로막는 성간 물질이 있어 지구에서 보는 밝기가 더 어두워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런 오차는 서로 다른 파장대 필터를 이용해 구한 밝기의 차를 이용해 보정할 수 있습니다. 표준 광원으로서 세페이드 변광성은 신뢰도가 높아 오늘날에도 천문학에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비록 단순해 보여도 이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밝기 관계는 우주관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