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대뜸 '몸무게가 얼마나 되세요?' 하고 묻지 않습니다. 실례가 되는 질문이기 때문이죠. 사람의 몸무게가 모두 비슷비슷하면 별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몸무게는 소위 표준에 해당하는 정상 범위가 있고, 그 범위를 벗어난 저체중, 과체중 범위가 있습니다. 바닷물도 이처럼 가벼운 물과 무거운 물이 존재할까요? 만약 존재한다면 어떤 바닷물이 왜 무거울까요? 사실 전 세계의 오대양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태평양의 해수와 인도양의 해수는 겉보기에 똑같죠. 하지만 바다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각각의 해수를 덩어리로 나눠 구분합니다. 이 덩어리를 수괴(water mass)라고 부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괴는 서로 무게가 다릅니다. 무거운 수괴는 가벼운 수괴 아래에 위치하게 되죠. 이처럼 수괴는 고유한 무게를 가지지만 이 무게가 항상 일정하지는 않습니다. 점점 가벼워지거나 점점 무거워지기도 하죠. 시간에 따른 변화를 겪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체가 아닌 유체인 해수의 무게는 어떻게 잴까요? 우선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m인 정육면체 상자, 즉 부피 1 $\mathrm{m}^3$의 상자를 상상해 봅시다. 그다음, 비교할 두 해수를 각각 넣어서 질량을 비교합니다. 부피를 동일하게 맞추고 질량을 비교하는 것이죠. 당연히 더 무거운 해수가 더 큰 질량(mass)과 무게(weight)를 가집니다. 즉, 일정 부피의 해수에 해당하는 질량, 다시 말해서 밀도로서 비교하는 것입니다. 부피는 물체가 차지하는 공간입니다. 질량은 물체가 지니는 고유한 양이며, 무게는 지구가 물체를 잡아당기는 중력의 크기입니다. 밀도는 단위 부피를 꽉 채운 물체의 질량에 해당하고, 무게는 여기에 중력가속도만큼 곱해 주어야 합니다. 지구 내에서 중력가속도는 일정하므로 무게는 질량에 비례하여 질량이 클수록 무겁습니다. 그런데 해수는 고체가 아니라 유체라서 질량이 물체의 중심에만 집중되어있다는 가정을 하기는 어렵고, 질량의 공간적 차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즉, 어떤 공간에서는 단위 부피 내에 질량이 작고, 다른 공간에서는 단위 부피 내 질량이 크다는 의미지요. 따라서 밀도의 공간적 차이가 존재합니다. 지구에 존재하는 해수의 밀도는 대체로 1020~1030 $\mathrm{kg/m^3}$ 범위를 가집니다. 이것은 부피 1$\mathrm{m}^3$의 정육면체 상자에 순수한 담수를 가득 채웠을 때의 무게, 약 1톤보다 20~30kg 정도 더 무겁다는 의미입니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해수의 밀도는 1030$\mathrm{kg/m^3}$에 가깝고 가벼운 해수의 밀도는 1020$\mathrm{kg/m^3}$에 더 가깝습니다. 얼핏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5% 내외의 소폭의 변화를 겪으며 상대적인 무게의 차이가 생깁니다. 이 작은 차이가 거대한 해양 순환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해수의 무게를 매우 정밀하게 구분하고 있지요.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옵시다. 과연 어떤 해수가 더 무거울까요? 이는 밀도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일단 해수는 담수에 비해 밀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소금기가 많을수록 밀도가 큽니다. 즉, 다른 조건이 같다면 염분이 높은 해수가, 염분이 낮은 해수보다 밀도가 큽니다. 바닷물이 짤수록 밀도가 큰 것이죠. 만약 염분이 일정하다면, 온도가 낮을수록 분자 사이 거리가 가까워집니다. 해수가 차가울수록 밀도가 큰 것이죠. 또한 해수는 약 -2℃인 어는점에 도달할 때까지 수온이 낮아질수록 계속 밀도가 증가합니다. 해수를 계속 냉각하면 최대 밀도에 도달하기 전에 얼어붙어 떠 있는 빙하, 즉 해빙이 생성되지요. 따라서 다른 염분이 일정하다면, 수온이 낮은 '차가운' 해수가 수온이 높은 '따뜻한' 해수에 비해 큰 밀도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기의 기온이 낮고 강한 해상풍이 부는 고위도 해역에서는 해표면 냉각이 극심합니다. 이것은 해양에서 대기로의 열 손실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북극해, 그린란드해, 남극대륙 부근 등에서 이런 해표면 냉각 현상을 잘 볼 수 있지요. 해표면 냉각이 발생하면 수온이 낮아지며 밀도가 증가하여 해수가 무거워지는 동시에 해빙이 만들어질 때 빠져나오는 소금으로 인해 염분까지 증가하여 밀도가 더욱 증가하게 됩니다. 수온이 낮아지고 염분이 높아지는 과정을 통해 무게를 높이며 무거운 수괴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비가 많이 내리거나 강에서 담수인 강물이 바다로 흘러나오는 경우, 또는 해빙이 녹아 해수의 염분을 낮추는 경우에는 모두 해수의 밀도가 낮아지며 가벼운 수괴가 만들어지는데, 이처럼 가벼운 저염의 해수는 중국 양쯔강 하구에 가까운 동중국해 북부 해역 등의 해표면 부근에 '떠' 다니게 됩니다. 떠다니는 저염의 해수에 대기로부터의 열 공급까지 증가하면 수온이 높아지므로 더더욱 가벼워지게 됩니다. 이제 해수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감이 오시나요? 해수의 밀도는 해수의 이동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됩니다. 그리고 해수의 밀도에는 수온과 염분이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해수는 주변 해수보다 가벼워지면 부력이 생겨 떠오릅니다. 반대로 주변 해수보다 무거워지면 가라앉으면서 심해를 채우는 심층수가 되죠. 그린란드와 남극대륙 주변 해역에서 만들어진 북대서양 심층수와 저층수가 대서양의 심해를 채우고, 이어 남빙양, 인도양, 태평양을 차례로 거쳐 다시 대서양의 표층으로 복귀하며 거대한 해양 순환을 완성합니다. 회전 초밥 레스토랑이나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와도 비슷해서 이를 해양 컨베이어 벨트 순환이라고도 부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