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천체를 모두 담을 수 있는 바다가 있다면 어떨까요? 어떤 물체는 물에 뜨고 어떤 물체는 가라앉듯이 태양계 천체도 어떤 것은 뜨고 어떤 것은 가라앉을까요? 일단 암석으로 이루어진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분명히 가라앉을 겁니다. 그렇다면 기체로 이루어진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어떻게 될까요? 인류가 무게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기 전까지 물은 저울과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오늘날 사용하는 질량의 단위는 원래 물의 무게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물 1cm³의 무게를 1g이라고 정했었지요. 그래서 물의 밀도는 정확히 1g/cm³입니다. 밀도의 단위는 단위 부피당 무게를 나타냅니다. 물에 뜨거나 가라앉는 현상은 밀도로 결정됩니다. 밀도가 물보다 크면 가라앉고, 작으면 뜹니다. 예를 들어 나무는 밀도가 물보다 작아서 뜨지만, 쇠는 물보다 커서 가라앉습니다. 무거운 물체라고 해도 부피가 충분히 크면 물에 뜰 수 있습니다. 쇠로 만든 거대한 선박이 물에 뜨는 이유지요. 이 간단한 원리는 우주의 거대한 천체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지구의 밀도는 5.52g/cm³입니다. 물의 5배 이상입니다. 당연히 물에 가라앉습니다. 만약 지구의 밀도가 1보다 작았다면, 바다가 지구 표면이 아니라 지하에 있었을 겁니다. 지구처럼 암석형 행성인 수성, 금성, 화성의 밀도는 각각 5.43g/cm³, 5.24g/cm³, 3.93g/cm³로, 모두 물보다 큽니다. 당연히 물에 가라앉습니다. 반면 가스형 행성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각각 1.33g/cm³, 0.69g/cm³, 1.27g/cm³, 1.64g/cm³로, 암석형 행성보다 훨씬 작습니다. 가스형 행성의 밀도가 작은 이유는 형성 과정에 있습니다. 암석형 행성은 태양 가까운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이곳에 있던 가벼운 기체는 높은 온도와 강력한 태양풍의 영향으로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철이나 규소 같은 무거운 물질이 주로 남아 암석형 행성이 되었습니다. 가스형 행성은 태양에서 먼 곳에서 생겨났습니다. 이곳은 온도가 낮아 가벼운 기체가 풍부했습니다. 그래서 수소와 헬륨 같은 가벼운 원소가 모여 밀도가 작은 거대한 가스형 행성이 되었지요. 그중에서도 유독 토성은 밀도가 0.69g/cm³로, 태양계의 모든 행성 중에서 유일하게 물보다 밀도가 작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수조에 넣는다면 토성은 물에 뜰 겁니다. 토성과 물의 밀도만 비교하면 그렇습니다. 실제로는 어떨까요? 일단 토성을 넣을 만큼 큰 수조를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태양계의 물을 모두 긁어모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 많은 물을 모아 수조에 담는다고 해도 수조의 수압은 엄청나게 커집니다. 그로 인해 물의 상태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 거대한 수조는 토성보다 크고 무겁기 때문에 중력이 강합니다. 따라서 토성을 물에 넣기도 전에 물과 토성은 서로 강하게 중력에 이끌립니다. 물의 밀도가 더 크므로 수조의 중력 역시 토성보다 더 큽니다. 토성의 구성 물질은 토성에서 떨어져나와 수조로 빨려들어가겠지요. 토성의 물질과 물이 섞여 버리기 때문에 토성은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마치 물에 넣은 솜사탕처럼 섞여 버리게 되지요. 토성이 물과 섞이면서 토성 중심부에 있는 소량의 니켈과 철 등은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토성의 99.5%를 차지하는 수소, 헬륨, 메테인 등은 물 위로 떠오릅니다. 마치 물에 부은 기름처럼 물 위에 토성의 물질이 층을 이루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토성이 물에 뜬 셈이지만, 원래 모양을 유지하며 물 위에 둥둥 뜨는 상상은 실현되지 않습니다. 부피가 지구의 764배나 되고 질량은 95배나 무거운 토성을 실제로 물에 띄워 볼 수는 없겠지만, 즐거운 상상입니다. 이를 계기로 위용을 자랑하는 천체의 색다른 모습을 알게 되었으니 이런 상상은 언제나 유익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