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전기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아침에 눈을 떠 핸드폰을 확인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세수를 하려고 물을 틀어도 물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TV를 틀어도 화면이 켜지지 않고, 자동차를 타도 시동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감각은 전기적 신호에 의해 뇌로 전달되니, 여러분은 아무 감각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또한 전기가 사라지면 전기력 역시 사라질 테니, 여러분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뿔뿔이 흩어져버릴 것입니다. 이렇듯 전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세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인류는 전기를 언제부터 인식했고, 언제부터 사용했을까요? 전기에 대한 첫 기록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철학자 탈레스(Thales of Miletus)는 보석 호박(amber)을 헝겊으로 문지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의 머리카락이 호박에 붙었다고 합니다. 이는 정전기라 부르는 현상으로, 인류가 처음 전기의 존재를 인식한 순간입니다. 16세기까지는 모든 물체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졌습니다. 두 가지 현상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하나는 ‘마찰시키면 머리카락이 거꾸로 솟아오르는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자석을 가져다 대면 나침반이 움직이는 현상’입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전기와 자기입니다. 이 두 현상을 처음 과학적으로 분석한 사람은 윌리엄 길버트(William Gilbert, 1544~1603)입니다. 길버트는 실험을 통해 두 현상이 다른 현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수백 년 후 전기와 자기의 근원이 같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그래도 길버트의 연구는 최초로 전기와 자기를 실험적으로 구분하고자 시도했고, 그 근원을 파악하고자 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전기(electricity)라는 이름을 처음 지은 것도 길버트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마찰을 통해 전기 스파크를 만들 수 있고, 번개가 칠 때 비슷한 종류의 스파크가 생성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장하는 방법을 몰라 이용하진 못했습니다. 전기를 저장하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은 네덜란드 과학자 뮈스휀부르크(Pieter van Musschenbroek, 1692~1761)와 독일 과학자 클라이스트(Ewald Georg von Kleist, 1700~1748)입니다. 그들은 마찰로 얻은 전기를 병 안의 금속에 모으는 레이던 병(Leyden jar)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모은 전기는 필요할 때 외부로 강한 스파크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미국 과학자인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은 번개가 치는 곳에 연을 날려 레이던 병에 번개를 모으려고 시도했습니다. 프랭클린은 이를 통해 피뢰침을 발명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이탈리아 과학자 루이지 갈바니(Luigi Galvani, 1737~1798)는 또 다른 신기한 현상을 발견합니다. 해부 중인 개구리에 수술용 메스를 갖다 댔더니 정전기로 인해 죽은 개구리가 움찔한 것입니다. 이것이 심장용 전기충격기의 시초입니다. 인간의 근육, 신경, 감각은 모두 전기적인 신호전달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죠. 레이던 병은 한번 스파크가 발생하고 나면 다시 전기를 모아야 하는 불편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전기를 저장해 언제든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할 땐 천천히 지속적으로 나오게 만드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배터리입니다. 배터리를 발명한 사람은 이탈리아 과학자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 1745~1827)입니다. 볼타는 구리판과 아연판 사이에 젖은 황산 헝겊을 놓아 지속적으로 전류를 발생시켰습니다. 덴마크 과학자 한스 외르스테드(Hans Christian Ørsted, 1777~1851)는 배터리를 활용한 실험을 통해 신기한 현상을 발견합니다. 볼타 전지에서 나오는 전류를 도선에 흘리자, 주변에 있던 나침반이 움직인 것입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전기와 자기가 다르다는 길버트의 주장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습니다. 외르스테드는 이 상식이 틀렸다는 걸 증명했으며, 전기와 자기가 얽혀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 발견은 또 다른 발견으로 이어집니다.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는 도선 주변에서 자석을 움직이자, 도선에 전류가 흐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외르스테드의 발견이 ‘전기가 자기를 만드는 것’이라면, 패러데이의 발견은 ‘자기가 전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혁명적인 발견으로 인류는 쉽게 전기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스코틀랜드 과학자 제임스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은 전기와 자기에 관련된 현상을 네 개의 방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맥스웰 방정식입니다. 이 방정식을 통해 빛이 전기와 자기의 진동이라는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즉, 전기가 자기를 만들고, 자기가 전기를 만들며, 전기와 자기가 진동하기 시작하면 빛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발견으로 인해 인류는 전기와 자기와 빛을 이용해 지금의 편리한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처음 전기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던 과학자들조차 지금의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과거 우리는 아궁이에 불을 때거나 난로를 사용했고, 칙칙폭폭 증기를 내뿜는 기차를 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로 히터를 켜고, 고속기차를 움직입니다. 자동차조차 전기차로 바뀌는 세상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50년 혹은 100년 후에는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