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물질이 한번 끌려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하는 영역을 말합니다. 항상 다른 물질을 빨아들이기만 하니 블랙홀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기만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블랙홀도 오랜 시간이 흐르면 점점 작아지다가 마침내 소멸하고 맙니다. 왜 그런 걸까요? 우주에는 다양한 블랙홀이 있습니다. 먼저 무거운 별이 수명을 다하고 초신성으로 폭발하면서 남은 질량이 수축해 생기는 블랙홀이 있습니다. 별이 블랙홀이 되려면 폭발한 뒤 잔해의 질량이 태양의 두 배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보다 작으면, 블랙홀이 되지 못하고 중성자별이 됩니다. 블랙홀이 되기 위한 최소 질량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별이 죽으며 만들어내는 블랙홀의 질량은 보통 태양의 5~70배입니다. 이것은 중력파 관측으로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종류로는 은하 중심부에 존재하는 초대질량블랙홀이 있습니다. 은하 중심에 초대질량블랙홀이 있다는 건 중심으로 갈수록 별의 속도가 높아지는 양상을 보고 추측할 수 있었지요. 2020년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으로 재구성한 타원은하 M87 중심부의 전파 사진은 마침내 초대질량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해 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은하는 중심부에 자체 질량의 0.6% 정도인 블랙홀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주에는 질량이 비교적 작은 블랙홀과 매우 큰 블랙홀뿐만 아니라 질량이 그 중간 정도인 중간질량블랙홀도 있다는 관측 증거가 있습니다. 중간질량블랙홀은 아마 구상성단과 같은 밀집 항성계의 중심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항성질량, 중간질량, 초대질량블랙홀은 모두 일반 물질이 수축해 만들어졌습니다. 반면, 원시 우주 시절에 암흑물질이 수축해 만들어졌다는 원시 블랙홀도 있을 수 있습니다. 원시 블랙홀은 항성질량블랙홀보다 훨씬 가벼운 것부터 초대질량블랙홀보다 무거운 것까지 다양하다고 합니다.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는 건 블랙홀 주변에 끌려들어가는 물질이 있을 때입니다. 끌려들어가는 물질은 블랙홀에 가까워질수록 뜨거워지며 강력한 빛을 냅니다. 끌려들어가는 질량의 약 10%까지 빛 에너지로 바뀔 수 있어 별 내부의 핵융합 반응보다 에너지 전환 효율이 10배 이상 높습니다. 따라서 블랙홀 주변은 대개 매우 밝아 쉽게 관측할 수 있지요. 다만 별과 달리 블랙홀 주변에서 나오는 빛은 가시광선보다 전파나 X선 영역에서 가장 강합니다. 물론 블랙홀 주변에 물질이 전혀 없다면, 블랙홀은 말 그대로 정말 검겠지요. 그런데 블랙홀이 물질을 끌어들이기만 한다는 건 고전역학적인 의미에서만 그렇습니다. 양자역학을 고려하면 블랙홀 표면에서 빛과 같은 입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부근에서 양자 요동에 의해 입자와 반입자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중 하나가 블랙홀 밖으로 나가면 블랙홀이 빛이나 입자를 방출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1973년 이런 현상을 처음 제시한 건 미국 프린스턴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던 야코브 베켄슈타인이었습니다. 1974년에는 스티븐 호킹이 굽은 공간에서의 양자장론을 이용해 블랙홀이 빛을 낼 수 있음을 최초로 보였습니다. 베켄슈타인은 블랙홀도 엔트로피를 가지며, 열역학 제2법칙을 만족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도’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고립된 계에서는 엔트로피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게 열역학 제2법칙입니다. 엔트로피가 존재하려면 반드시 온도가 유한해야 합니다. 유한한 온도를 갖는 계는 소위 흑체 복사라는 빛을 내게 됩니다. 따라서 블랙홀이 엔트로피를 가지고 있다는 건 빛을 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베켄슈타인은 블랙홀의 엔트로피가 사건의 지평선 표면적에 비례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 직후, 호킹은 굽은 공간에서의 양자장론 계산을 통해 이를 입증했고, 비례상수도 구했습니다. 회전하지 않는 구형 블랙홀의 온도는 질량에 반비례합니다. 질량이 태양 정도인 블랙홀의 절대온도는 10억 분의 1도 정도로 매우 작습니다. 따라서 블랙홀의 흑체 복사 에너지는 매우 작습니다. 블랙홀이 빛을 낸다고 해도 그 정도가 매우 미약합니다. 그러나 질량이 아주 작은 블랙홀이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만약 블랙홀의 질량이 1억톤 정도로 아주 작다면, 온도가 수백억 도에 이릅니다. 그래도 완전히 증발하는 데 우주의 나이와 비슷한 약 100억 년이 걸립니다. 정리하자면, 블랙홀은 주변 물질을 끌어들이면서 점차 덩치를 키워나갑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절대 진공에 놓여 있으면, 빛을 내면서 점점 작아집니다. 블랙홀이 작아지다가 결국 소멸하는 건 사실이지만, 태양보다 무거운 블랙홀은 온도가 낮아 방출하는 에너지의 양이 아주 작고, 증발하기까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시간이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