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눈은 오랜 시간 동안 먼 거리를 보는 데 적응하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그러나 산업화와 문명화로 가까운 물체를 오래 보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눈의 피로와 시력 저하가 가속화되었습니다. 그 결과,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안경의 종류도 다양해집니다. 특히 노인들이 운전할 때는 먼 거리와 가까운 거리를 같이 봐야 하기에 고가의 다초점 안경까지 필요합니다. 초점 거리가 다른 안경을 매번 챙기고, 용도에 맞게 바꿔 쓰기도 상당히 불편한데, 이를 대신할 방법은 없을까요? 다초점 안경은 초점 거리 f를 렌즈의 공간상에서 분할하는 방식입니다. 렌즈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나눠 선택적으로 시력을 보정할 수 있죠. 렌즈의 윗부분은 초점 거리를 길게 해서 멀리 있는 사물을, 아랫부분은 초점 거리를 짧게 해서 가까이 있는 사물을 보기 쉽게 해줍니다. 그렇다 보니 사물과의 거리에 따라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여줘야 하죠. 이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체제는 바로 렌즈 삽입술입니다. 렌즈 삽입술에 사용되는 특수 렌즈는 다양한 초점 거리(f1, f2, f3…)를 가진 원형 띠 모양의 픽셀들이 모여 형성되는데요. 이 때문에 사물의 이미지가 3가지 종류의 픽셀을 지나 눈에 도착하면, 우리는 3종류의 안경으로 본 이미지를 동시에 겹쳐서 보게 됩니다. 이 덕분에 피시술자는 고개를 움직이지 않아도 서로 다른 거리의 사물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렌즈 삽입술은 흐릿한 이미지와 또렷한 이미지가 항상 겹쳐서 보이게 되므로, 사물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죠. ‘본다’는 것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군대에서 사용하는 레이더를 생각해 보죠. ‘본다’는 것은 빛이 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레이더는 물체가 반사한 전파를 감지하는 기계입니다. 전파를 감지하는 역할은 안테나가 담당하고 있죠. 군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최첨단 안테나 중 하나인 위상배열 안테나는 가시광선이 아닌 라디오파의 위상과 방향을 제어하며, 필요에 따라 굴절률을 제어합니다. 굴절률은 빛이 두 매질의 경계를 통과할 때 입사각의 sin 값과 굴절각의 sin 값의 비율로 정의됩니다. 위상배열 안테나는 수신부를 n개의 픽셀로 만들고, 픽셀마다 굴절률을 독립적으로, 그리고 초고속으로 변화시킵니다. 그 덕분에 초창기 안테나와 다르게 기계적으로 회전하지 않아도 초고속으로 이동하는 수십 개의 피사체를 거의 동시에 관측할 수 있습니다. 다초점 안경과 다르게 고개를 움직이지 않아도, 고개를 돌린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는 것입니다. 이 원리를 하나의 안경렌즈에 이용하면 여러 개의 초점을 30 Hz (\( \frac{1}{30} \)초) 단위로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즉 여러 종류의 안경을 \( \frac{1}{30} \)초 단위로 바꿔서 착용하는 효과를 줍니다. 즉 30 FPS의 동영상이 눈에 도달합니다. 우리가 보는 영상이라는 것은 실제로는 정지된 이미지 여러 장이 매우 빠른 속도로 교체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연속된 영상으로 인식합니다. 이는 동영상의 FPS가 높을수록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여러 초점의 이미지가 동시에 들어오는 렌즈 삽입술과 다르게 사물을 선명하게 볼 수도 있죠. 평면 디스플레이 기술은 초소형 픽셀별로 전압을 조절해서 빛의 투과율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핵심입니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두께가 균일한 원형 렌즈로 볼록 렌즈 또는 오목 렌즈의 효과를 하나의 렌즈로 구현할 수 있죠. 중심부에 가까울수록 굴절률이 증가하도록 조절하면 볼록 렌즈, 반대라면 오목 렌즈의 효과를 얻는 것입니다. 이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 차원의 특허는 이미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가시광선 영역에서 전압으로 굴절률을 조절할 수 있는 물질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죠. 만약 이 물질이 개발돼 시분할로 초점을 변조할 수 있으면 망원경이나 현미경에서도 렌즈 사이의 거리를 조절할 필요가 없어지게 됩니다.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들은 코와 귀에 눌린 자국으로 인해서 늘 불편함을 느낍니다. 사우나에서는 안경에 서린 김과 뜨거워진 금속 프레임, 그리고 값비싼 안경 코팅의 열 손상까지 여러 가지 문제가 불편함을 더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안경이 나와도 안경을 쓰는 건 여전히 불편하죠. 안경이 아닌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시력을 개선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빛이 매질을 통과하는 도중에 매질의 밀도가 달라지면 빛의 굴절이 일어나게 됩니다. 신기루 현상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만약 눈의 초점이 아니라 눈앞의 공기 밀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 시야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들은 현재로선 구현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비행기나 우주선, 스마트폰처럼 어렵다고 여겨진 것들이 결국 개발되는 것을 봐왔죠. 그렇다면 ‘미래에는 이런 기술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상상도 언젠간 이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