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날, 더위에 지친 사람이 시원한 물을 먹고 싶어서 냉장고를 엽니다. 냉장고에는 금속 물병과 나무 물병이 있습니다. 그는 양손으로 두 물병을 동시에 잡아봅니다. 금속 물병이 훨씬 차갑게 느껴집니다. 그는 당연히 금속 물병을 꺼내 들고는 단숨에 물을 들이킵니다. 사실 같은 냉장고 안에 있는 두 물병의 온도는 동일합니다. 하지만 금속으로 된 물병이 훨씬 차갑게 느껴지죠. 왜 온도가 같아도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요? 이번에는 뜨겁게 달궈진 주전자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주전자의 상태에 대해 온도가 정말 높다 하기도 하고, 열이 너무 많이 난다 하기도 합니다. 온도와 열은 과연 같은 말일까요? 사실 온도와 열은 긴밀하게 연관이 되어 있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온도라는 개념은 인간이 물체를 만졌을 때 ‘뜨겁다’ 혹은 ‘차갑다’고 체험했던 느낌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온도를 가늠하는 척도, 즉 숫자가 필요하게 되었고 과학자들은 온도체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온도 단위인 ‘섭씨온도’는 물이 얼기 시작하는 온도를 0, 물이 끓기 시작하는 온도를 100으로 정의했죠. 물질의 부피가 온도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을 이용한 다양한 온도계도 개발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거시적인 세상 에서는 온도가 명확하게 정의되고 측정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질을 이루는 분자 단위의 수준에서 온도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예를 들면 얼음 속 물 분자와 수증기 속 물분자는 서로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온도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오랜 기간 연구를 했고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온도는 분자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말이죠. 분자가 빠르게 움직일수록 온도는 높습니다. 즉, 온도는 분자의 운동에너지를 다른 단위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분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작은 운동에너지는 얼마일까요? 당연히 0입니다. 분자들이 완전히 정지한 상태이죠. 이 상태의 온도는 -273.15 ℃ 입니다. 물질은 음의 운동에너지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273.15 ℃ 보다 낮은 온도는 절대 나타날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 온도를 절대 영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열은 무엇일까요? 여기 왼쪽은 온도가 높고, 오른쪽은 온도가 낮은 물체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왼쪽은 점점 온도가 내려가고, 오른쪽은 점점 온도가 올라가다가 최후에는 양쪽의 온도가 같아질 것입니다. 그러면 분자 수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온도가 높은 부분의 분자들은 매우 격렬하게 움직입니다. 반면 온도가 낮은 부분의 분자들은 비교적 미약하게 움직이죠. 두 부분의 경계면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분자들이 천천히 움직이는 분자들과 충돌하며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온도가 높은 분자의 운동에너지가 온도가 낮은 분자로 이동하는 것이죠.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 궁극적으로 두 부분의 온도는 동일해질 것입니다. 바로 이 때, 전달되는 에너지의 형태를 ‘열’ 혹은 ‘열전달’이라고 합니다. 열은 에너지의 전달이기 때문에 줄(J) 단위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칼로리(cal) 단위가 먼저 사용되었습니다. 19세기 중반까지는 열의 정확한 본질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열을 측정하고 수치화 하는 것은 가능했습니다. 그 때 독립적으로 사용한 열의 단위가 칼로리 단위입니다. 이후 제임스 프레스콧 줄(James Prescott Joule, 1818~1889)이 열은 에너지의 다른 형태라는 것을 밝혀냅니다. 열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한 이후부터는 줄 단위를 사용했고, 기존의 칼로리 단위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4.2 칼로리는 1 줄에 해당하므로 간단하게 변환도 가능합니다. 다시 한 번 온도와 열의 본질을 정리해봅시다. 물체 내의 분자는 무작위적으로 운동하며, 이러한 분자의 움직임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온도입니다. 또한 분자의 움직임이 다른 곳으로 전달되며 이동하는 에너지의 형태를 열이라고 하죠. 우리가 손가락으로 물체의 온도를 가늠할 수 있는 이유는 물체와 손가락 사이에서 열이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전달된 에너지의 양을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죠. 추운 겨울엔 이불을 덮으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이불의 온도가 높아서 그럴까요? 그것은 이불의 온도가 높기 때문이 아니라, 몸에서 외부로의 열전달을 이불이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들 속에는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과학의 진리가 숨어 있습니다. 이러한 단어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여 개념을 이해하다 보면, 우리는 자연 현상을 보다 과학적이고 풍부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과학이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세상은 더욱 놀라운 곳으로 다가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