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은 산업사회를 유지하는 대표적인 광물자원입니다. 철이 쓰이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죠. 우리가 이용하는 철은 대부분 호상철광층이라는 퇴적암층에서 나옵니다. 호상철광층은 약 25억 년 전 시생누대에서 원생누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주로 형성됐습니다. 이 시기에는 현재 우리가 지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동식물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현미경을 이용해야 그 형태를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미생물만 존재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런 작은 미생물의 활동은 호상철광층의 형성과 밀접히 관련돼 있습니다. 수십억 년 전 지구에 존재했던 미생물이 어떻게 현대 산업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을까요? 세계 최대 철광석 산지인 호주의 노천 철광산을 가보면 강렬한 붉은색이 눈에 띄는데요, 이것은 철을 포함하는 암석이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 풍화된 결과입니다. 풍화가 덜 된, 비교적 신선한 지층의 단면을 보면 색상 차이가 뚜렷한 여러 개의 층이 있습니다. 이런 띠 같은 무늬가 두드러진 지층을 호상철광층(banded iron formation)이라고 부릅니다. 단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두운 색을 띠는 층과 연한 노란색이나 붉은색을 띠는 층이 있습니다. 어두운 색을 띠는 층은 철이 주 구성 성분인데요, 적철석, 자철석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강렬한 붉은색을 띠는 층과 연한 노란색을 띠는 층은 규소 산화물로 이루어져 있는 ‘처트’라는 암석으로, 철이 미량으로 포함돼 있어 붉은색을 띠기도 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 호상철광층은 퇴적암입니다. 대부분의 호상철광층은 물에 녹아 있던 철이 침전을 형성하며 만들어진 암석입니다. 반대로 규소 함량이 높은 처트 층은 철의 침전 작용이 미약했던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수십억 년 전 바다에는 왜 그렇게 많은 양의 철이 녹아 있었을까요? 먼저 시생누대에는 화산 활동을 통해 철이 지표환경으로 공급되는 속도가 현재보다 빨랐습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시생누대의 바닷물은 용존 산소를 거의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철은 산화된 환경에는 전자 셋을 잃어버린 3가철($\text{Fe}^{+3}$), 환원된 환경에는 전자 둘을 잃어버린 2가철($\text{Fe}^{+2}$)로 존재합니다. $\text{Fe}^{+3}$은 $\text{Fe}^{+2}$과 비교해 주변의 다른 물질과 반응해 침전물을 형성하려는 성질이 훨씬 더 강하기 때문에, 산소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철은 대부분 용존 상태가 아닌 침전물을 형성하게 됩니다. 반면에, 산소가 $\text{Fe}^{+2}$와 반응해 침전을 형성할 물질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시생누대의 바닷물에는 많은 양의 철이 $\text{Fe}^{+2}$ 상태로 녹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원생누대로 들어서면서 생태계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생성하는 미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의 활동이 증가한 것이죠. 시아노박테리아가 산소를 생성함에 따라 바닷물 속 산소 농도가 상승하면, 바닷물에 녹아 있던 많은 양의 환원철이 산화됩니다. 산화된 철은 바닷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결국 침전물로 해저면에 쌓이게 됩니다. 시아노박테리아가 아닌 다른 미생물에서도 퇴적의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일부 미생물은 산소를 이용하지 않고 대사 작용을 합니다. 광합성을 하지 않고 철을 직접 산화해 유기물 합성에 필요한 전자를 얻는 미생물도 존재하죠. 이들 미생물이 번성하는 경우에도 산소 농도 증가와 무관한 산화철 침전물이 쌓이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겠지요. 이렇게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했던 시기와 그렇지 않았던 시기가 반복되면서 호상철광층과 같은 암석이 형성됐습니다. 그렇다면 왜 현재의 바다에서는 호상철광층이 더 이상 형성되지 않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바닷물 속 철의 농도가 매우 낮게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현재 지구에는 산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해저 화산 활동 등을 통해 바닷물에 공급된 환원철은 곧바로 산화돼 침전물을 형성합니다. 지구가 식어감에 따라 화성 활동을 통한 철의 공급 속도가 줄어든 것도 하나의 원인입니다. 호상철광층이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닷물 속에 상당한 시간 동안 축적된 환원철이 환경 변화로 인해 지질학적 시간규모에서는 갑작스레 침전되며 철 함량이 높은 퇴적층을 형성했기 때문인데요, 현재처럼 철이 느린 속도로 공급되며 그때그때 침전물로 제거된다면, 경제적 가치를 지닐 정도로 농집된 퇴적층이 형성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호상철광층은 지구의 지표 환경에서는 더 이상 형성되지 않는, 멸종된 암석입니다. 25억년 전 미생물들은 호상철광층이라는 퇴적층을 만들었고, 호상철광층은 인류에게 철광석이라는 자원을 선물했죠. 철의 존재를 당연시 여기지 말고 가끔은 25억 년 전 미생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