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4일, 사상 최초로 중력파 검출이 이루어졌습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중력파의 존재를 예측한 지 100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건 그만큼 중력파 측정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중력파를 검출해낸 곳은 미국의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였는데요, 모습이 참 특이합니다. 넓은 들판에 팔(arm)이라고 부르는 기다란 터널이 L 모양으로 90도를 이루고 있습니다. 중력파 검출기는 왜 이런 모양일까요? 중력파는 무거운 물체가 가속할 때 나타나는 시공간의 흔들림 현상입니다. 전파 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습니다. 중력파는 빛과 같은 횡파로, 진행 방향에 수직 방향으로 시공간이 흔들립니다. 시공간이 흔들린다는 건 두 점 사이의 거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는 뜻입니다. 원 모양의 고리가 중력파를 만나면 타원 모양으로 늘어났다 줄었다 하는 것이지요. 다만 변화의 크기는 매우 작습니다. 실제로 고리를 만들고 그 모양의 변화를 측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고리의 중심에서부터 고리 위의 점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서로 수직을 이루는 두 반지름의 길이를 측정해 비교하면 고리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중력파 검출기가 L 모양의 긴 팔로 이루어진 게 바로 그 때문입니다. 두 팔이 만나는 곳에 검출기가 있고, 반대편 끝이 고리 위의 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서로 수직인 두 팔의 길이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는 마이켈슨 간섭계를 사용합니다. 먼저 광원에서 나온 레이저 광선을 빛 분할기에서 수직인 두 방향으로 나눕니다. 절반은 그대로 통과시키고, 나머지 절반은 90도로 꺾는 겁니다. 둘로 나뉜 레이저는 각각 팔 끝에 있는 거울로 날아갔다가 반사되어 그대로 돌아옵니다. 그러면 또 다시 빛 분할기에서 절반은 그대로 통과시키고, 나머지 절반은 90도로 꺾어 두 레이저가 함께 검출기로 들어가게 합니다. 이때 레이저 광선이 움직인 길이의 차이가 레이저 파장의 정수배면 진폭이 커지는 보강 간섭이 일어납니다. 그 차이가 파장 절반의 홀수배가 되면 반대로 상쇄 간섭이 일어납니다. 이 보강 간섭과 상쇄 간섭을 관측해 중력파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 중력파 검출기는 상쇄 간섭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평소에 검출기에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상태를 유지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길이 변화가 나타나면 상쇄 간섭이 깨지고 검출기에 아주 적은 양의 빛이 들어오게 되는데, 이런 미세한 변화는 상쇄 간섭 상태에서 더 쉽게 감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길이가 얼마나 변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검출기에 들어오는 빛이 상쇄 간섭 상태를 유지하도록 능동적으로 조정합니다. 두 팔 끝에 있는 거울 중 하나는 고정시켜 둔 채 다른 거울의 위치를 미세 조정해 검출기를 암흑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지요. 중력파가 발생하면 두 팔의 길이가 서로 달라지며, 빛의 상쇄 간섭을 유지하기 위해 거울의 위치를 조정하게 됩니다. 이때 거울의 위치를 조정한 정도가 바로 중력파의 세기가 됩니다. 중력파에 의한 팔 길이의 변화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습니다. 예를 들어, 1광년이 1마이크로미터만큼 변하는 수준보다 작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중성자별 쌍성이나 블랙홀 쌍성이 합병할 때 나오는 중력파의 진동수는 높아야 수 KHz 수준이며, 이에 해당하는 파장은 수백 km가 넘습니다. 검출기의 팔 길이가 파장보다 크면 효율이 떨어지므로, 수 KHz 이하의 중력파를 검출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팔의 길이는 1000 km정도가 됩니다. 물론 이렇게 팔이 긴 검출기를 지구에 설치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가장 큰 마이켈슨 간섭계가 LIGO인데, 한 팔의 길이가 4km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패브리-페로 공진기를 이용하면 팔의 길이를 늘인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패브리-페로 공진기는 두 개의 거울을 마주보게 설치한 장치입니다. 입사한 빛은 거울의 반사율에 따라 일정한 횟수만큼 반복해서 반사된 뒤 한쪽 거울로 빠져나갑니다. 따라서 두 거울 사이를 왔다 갔다 한 횟수만큼 두 거울 사이의 거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깁니다. LIGO는 반사 횟수가 300회 정도이므로, 팔의 길이가 약 1200km로 늘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중력파 검출기의 정밀도는 입사된 레이저 광자의 수에 의해 결정됩니다. 빛은 광자라는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불규칙한 효과가 나타나며 이를 양자잡음이라 부릅니다. 알갱이가 많을수록 이런 불규칙성이 작아지므로 양자 잡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강력한 레이저가 필요합니다. 물론 레이저가 너무 강하면 광학계가 뜨거워지고 거울 자체가 흔들리는 등의 부작용이 생겨 무한정 강도를 높일 수는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 패브리-페로 공진기와 비슷하게 빛을 여러 번 왕복하게 해 레이저 강도를 수십 배 높인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잡음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쓰는 장치를 파워 재생 거울(PRM)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다양한 광학 기술 덕분에 중력파 검출기는 아주 미세한 팔의 길이 변화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2015년 성능을 높여 새로 가동을 시작한 LIGO는 곧바로 블랙홀 쌍성에 의한 중력파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어서 2022년 3월까지 진행한 세 차례의 관측 가동을 통해 약 90개의 중력파원을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걸렸던 중력파 관측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증명했을 뿐 아니라 중력파 천문학이라는 새로운 연구의 서막을 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