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탄올은 오랜 기간 인류문명과 함께 발전하고 사랑받아온 중요한 물질로 여겨집니다. 산업 원료, 의료용품, 기호식품의 핵심 물질로 사용되었고 아예 ‘생명의 물(aqua vitae)’이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호식품인 술 역시 기본적으로는 에탄올과 물의 혼합물입니다. 술은 종류마다 제각각 다른 도수를 갖고 있죠. 도수는 보통 ‘부피혼합비율(ABV, alcohol by volume)’ 단위로, 함유된 에탄올(알코올)의 부피 기준 백분율 단위로 표현합니다. 가령 4 % 도수의 맥주라면 전체 부피 대비 에탄올이 4 % 함유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백분율은 분명 비율을 나타내기 편리하고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단위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100을 전체로 삼아서 비율을 따지기 시작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표현방식이 달라도 특정 비율을 정확히 표현해서 말만 통하면 충분하기 때문이죠. 같은 맥락에서 술의 도수를 표현하는 또 다른 단위가 있습니다. 바로 프루프(proof, ˚) 단위 입니다. 프루프는 단어 의미 그대로 무언가를 ‘입증’하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된 단위입니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기호식품인 술은 언제나 세금과 밀접한 관계를 가졌습니다. 현재도 여러 국가에서 주류세를 매기듯이 과거에도 그랬죠. 이 때 징세를 위한 기준으로 정해진 것이 바로 술의 에탄올 농도인 도수입니다. 도수가 높을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했죠. 술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술의 도수를 허위로 낮게 신고하고 세금을 적게 내고자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도수를 입증하는 일이 중요하게 여겨졌죠. 16세기 영국에서는 술의 도수를 입증하기 위하여 직접 불을 붙여보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도수가 높아 불이 붙는 술만 징세 대상으로 간주했죠. 하지만 이 방식은 에탄올의 인화점(flash point)이 온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부정확한 방법이었습니다. 일례로 36 ℃ 에서는 에탄올 농도가 질량 기준으로 20%만 넘어도 술에 불이 붙는 반면 14 ℃ 내외에서는 96%가 넘어야만 불이 붙습니다. 조금 더 확실한 방법으로 흑색 화약을 술에 적신 뒤 불을 붙이는 방식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불이 붙으면 징세 대상으로 삼는 방식이죠. 흑색 화약을 이루는 재료 중 약 70%를 차지하는 질산칼륨($\text{KNO}_3$)은 에탄올에는 거의 녹지 않지만 물에는 매우 잘 녹습니다. 그래서 에탄올 농도가 충분히 높다면 정상적으로 화약에 불이 붙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물의 비율이 커져서 화약 속의 질산칼륨이 대부분 용해되어 불이 붙지 못하는 것입니다. 위의 두 가지 방식으로 모두 불이 붙을 수 있는 최소 도수를 100 ˚로 정의했습니다. 완벽하게 입증되었다는 의미이죠. 이를 현재의 부피혼합비율 % 단위로 환산하면 57.15 %입니다. 하지만 1848년 이후부터는 단위 환산을 쉽게 할 수 있도록 100 ˚를 50 %와 같게 조정했습니다. 덕분에 이제는 누구나 편리하게 두 단위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죠. 원칙적으로 술의 도수를 나타내는 단위로 무엇을 사용해야 하는지 정해진 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관행적으로 비교적 낮은 도수의 술인 맥주나 와인 등의 주류에 대해선 대부분 부피혼합비율 % 단위를 활용합니다. 반대로 높은 도수를 갖는 독주에 대해선 프루프 단위를 많이 사용하죠. 유명한 럼 ‘바카디(Barcardi) 151’은 도수가 151 ˚, 환산하면 75.5 %나 되는 강력한 술입니다. 이처럼 독주의 높은 도수를 더욱 인상깊게 강조하기 위해 프루프 단위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같은 정보를 표현하는 방식은 언제나 다양합니다. 에탄올 수용액 역시 우리에게 친숙한 부피혼합비율 %와 그보다 오래된 표현이자 여전히 사용되는 방식인 프루프가 있죠. 경우에 따라 부피가 아닌 혼합된 에탄올과 물의 질량혼합비율 %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온도에 따라 변화하는 액체의 부피 대신 변하지 않는 고유값인 질량을 기준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죠. 이처럼 모든 단위체계엔 제각기 의미와 적절한 용도가 있습니다. 현재의 체계의 복잡함에 불만을 표현하기 이전에 그것이 만들어진 배경이나 숨겨진 의미 등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접근 방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