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유조선 절반 만큼의 철만 주면 지구를 빙하기로 만들 수 있습니다”. 1988년, 미국 모스랜딩해양연구소의 해양학자 존 마틴(John Martin, 1935~1993)은 바다에 많은 양의 철을 뿌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 지구를 빙하기로 만들 수 있다는 농담도 했죠. 이 ‘철분 가설(Iron hypothesis)’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데요. 정말 바다에 철을 뿌리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까요? 빛과 이산화탄소가 충분한 해양 표층에선 광합성이 활발히 일어납니다. 식물 플랑크톤과 같은 미생물은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을 만들죠. 이 과정에선 질산염과 인산염 같은 영양염이 사용됩니다. 따라서 해양 표층에는 영양염이 거의 고갈돼 있습니다. 표층에서 생성된 유기물은 아래로 가라앉다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됩니다. 이 과정에서 영양염이 다시 빠져나와 표층 하부는 영양염 농도가 높습니다. 영양염은 해양 생물이 살아가고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성분입니다. 영양염 농도가 높을수록 식물 플랑크톤도 많고, 광합성을 통한 유기물 생산도 활발히 일어나겠죠? 그런데 표층에 영양염이 많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물 생산성이 낮은 해역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남극 주변 해역이나 동태평양 적도 해역이 있습니다. 이런 해역을 영양염 농도는 높지만 엽록소 농도는 낮다는 의미로 HNLC(High Nutrient Low Chlorophyll) 해역이라 합니다. 이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설이 제시됐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앞서 말한 ‘철분 가설’입니다. 마틴과 그의 팀은 바다에 철 성분이 부족해 식물 플랑크톤의 증식과 광합성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으로 밝혀냈습니다. 이후 해양학자들은 철이 부족한 해역에 해수에 녹인 철을 대량으로 뿌리는 실험을 열 번 넘게 실시했습니다. 실험 결과, 엽록소 농도가 확연히 증가했고, 식물 플랑크톤의 대번성이 일어났습니다. 식물 플랑크톤의 증식으로 광합성이 많이 일어나면 바닷물에 있는 이산화탄소가 유기물로 바뀝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바닷물 표층의 이산화탄소는 대부분의 해역에서 용해도 평형 상태에 있습니다. 즉, 농도가 균형을 이룹니다. 바닷물에 있는 이산화탄소가 사용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바닷물로 들어갑니다. 그러니 HNLC 해역에 철을 뿌리면 생물 생산성이 높아지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바닷물로 들어가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는 것입니다. 그럼 빙하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육지 근처의 연안이나 바람에 의해 흙먼지가 많이 유입되는 해역은 철이 잘 공급됩니다. 반면 남극은 대부분 빙하나 눈으로 덮여 있어 남극해로 철이 잘 공급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거 빙하기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지금보다 더 많은 양의 철이 바다로 공급됐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훨씬 낮았습니다. 그래서 철을 뿌리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고, 다시 빙하기가 될 수도 있다고 농담을 한 것입니다. 철만 뿌리면 이산화탄소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과연 우리 인류는 철분 비옥화(Iron Fertilization)라는 거대한 지구공학 프로젝트를 실행해도 되는 걸까요? 우리는 그 전에 광합성으로 생성된 유기물 중 얼마나 많은 양이 심해로 이동할지, 이것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만약 유기물이 얕은 곳에서 분해돼 이산화탄소가 다시 대기로 방출된다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남극 해역 표층에 남아 있던 영양염은 다른 해역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광합성에 활용됩니다. 그런데 철을 뿌리면 남극 해역에서 영양염이 소진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른 곳의 생물 생산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해양학자들은 이런 문제들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될 때까지 이 방법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을 권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