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모습은 지금과 매우 달랐습니다. 46억 년 전부터 38억 년전까지의 시기를 ‘명왕이언(Hadean)’이라 하죠. 이는 지옥의 신 하데스(Hades)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지옥을 지배하는 신의 이름을 딴 시대라니,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가시나요? 처음 지구가 만들어질 때, 태양 주변을 돌던 암석들은 중력으로 인해 서로를 끌어당겼습니다. 이때 작은 암석들이 충돌하며 서로 뭉쳐지게 되었고, 그 결과 원시 지구가 만들어졌죠. 초기 지구는 마그마의 바다로 덮여 있어 매우 뜨거운 상태였습니다. 지구가 뜨거워진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충돌 에너지입니다. 원시 지구에는 아직 충분한 대기가 없었습니다. 소행성 같은 천체들이 지구 중력에 끌려올 때 이를 막을 방패가 전혀 없었죠. 그 결과, 충돌한 소행성들은 원시지구와 합쳐져 그 크기를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원시지구의 중력도 더 커지게 됐죠. 커진 중력만큼 소행성도 더 큰 충격을 주며 부딪히고, 결국 엄청난 열에너지가 생성됐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방사능 원소의 반응열입니다. 지구는 태양계 형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물질들로 이루어졌습니다. 우주공간에 퍼져 있던 우라늄, 토륨, 칼륨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지구에 포함됐죠. 이 원소들은 붕괴하며 열을 방출했고, 지구는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온실효과입니다. 당시 지구 대기의 구성은 지금과 매우 달랐죠. 산소는 암석의 구성 성분으로만 존재했을 뿐 대기에는 없었습니다. 대신 화산폭발로 방출된 대기에는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풍부했습니다. 이 성분들은 효과적인 온실가스 역할을 했죠. 뜨거운 지구의 열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아낸 것입니다. 네 번째 이유는 달의 영향입니다. 지구 생성 후 5천만 년 뒤에 만들어진 달은 당시 지구로부터 2만 4천 km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는 현재 거리인 38만 5천 km의 약 $\frac{1}{16}$에 불과하죠. 따라서 그때 달의 인력은 지금보다 250배 이상 컸을 것입니다. 그 결과 지구 표면은 지금의 조수간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출렁거렸을 겁니다. 마치 스프를 끓일 때 계속 저어주면 굳지 않고 액체 상태로 유지되듯, 달의 강한 인력이 마그마의 바다를 휘저어주는 역할을 한 셈이죠. 이처럼 영원히 뜨거울 것 같던 지구는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식게 됐을까요? 마그마의 바다로 불타올랐던 원시 지구도 열역학 제2법칙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뜨거운 물체는 상당량의 에너지를 새로 투입하지 않는 한 식어야 합니다. 또한 물체가 뜨거울수록 더 빨리 식죠. 열전달에 적용 가능한 세 가지 물리법칙은 전도, 대류, 복사입니다. 첫 번째 원리인 전도는 뜨거운 물체가 차가운 물체와 닿으면 열에너지가 뜨거운 것에서 차가운 것으로 이동하는 것이죠. 뜨거운 냄비를 손으로 잡아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 전도 현상입니다. 그러나 전도는 서로 인접한 물체에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행성 규모의 열전달에는 적합하지 않죠. 두 번째 원리인 대류는 물을 끓일 때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냄비에 물을 끓이면, 뜨거워진 물은 팽창해서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물은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이렇게 순환하며 열을 교환하죠. 지구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구 표면 가까이의 차갑고 밀도가 높은 마그마는 가라앉고, 깊은 곳의 뜨겁고 밀도가 낮은 마그마는 솟아올랐습니다. 이 대류현상으로 열전달이 이루어지며 원시지구가 식었을 것입니다. 이 외에도 적도부터 극지방까지 이르는 지구 규모의 대류현상도 있습니다. 해류와 대기의 순환입니다. 대류가 없었다면 적도는 점점 뜨겁고, 극지방은 점점 차가워졌을 겁니다. 즉 해양과 대기의 대류가 없었다면 지구 시스템은 유지되기 어려웠겠죠. 아니면 최소한 생물이 살기 힘든 행성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세 번째 원리는 복사입니다. 뜨거운 물체는 적외선 형태로 열을 전달하죠. 난로에 손을 대지 않고 주위에만 있어도 손이 따뜻해지는 것이 복사열 때문입니다. 태양의 복사열이 지구를 따뜻하게 데워주듯, 마그마의 바다였던 원시 지구도 엄청난 양의 복사열을 우주로 방출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원시 지구는 여러 원인으로 뜨거워졌고, 다시 여러 이유로 식으며 지각을 형성하고 바다를 만들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며 초기의 매우 뜨거웠던 지구가 점차 식었고,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죠. 지구의 역동적인 열 순환 시스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행성의 안정성과 다양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