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하지만 진원지로부터 발생한 지진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대중에게 알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적어도 인명피해만큼은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이죠. 지진이 발생하면 여러 종류의 지진파가 발생합니다. 지진파는 전파 특성에 따라 실체파와 표면파로 나뉘며, 실체파는 다시 P파와 S파로 나뉘죠. 이들 중 지진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주된 지진파는 바로 S파와 표면파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P파보다 전파 속도가 느립니다. P파는 초속 6~7 km, S파는 초속 3~4 km로 P파의 전파 속력이 S파에 비해 약 1.73배 빠르죠.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은 이를 이용해 P파를 먼저 관측한 뒤 S파의 도달시간을 파악해 빠르게 지진 정보중 위치와 규모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진 조기경보는 신속한 정보 제공이 목적입니다. 최초 통보되는 내용과 최종 분석 결과의 차이가 있을 수 있죠. 적은 정보만으로 지진의 위치와 규모를 계산하기 때문에 경보 시점에서는 오경보까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진 발생 직후의 정확한 진앙 위치와 규모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지진 관측망의 조밀도를 높여야 하죠. 진앙 가까이 설치된 지진계의 수가 매우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지진 관측망의 조밀도를 높이면 지진 경보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예로 2016년 대한민국 경주에서는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는데요. 당시에는 지진 발생 시점으로부터 약 26초가 지나서야 경보가 울렸습니다. 해당 지역의 지진 관측망 조밀도를 높였다면 경보에 소요되는 시간을 10초 미만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죠. 이 외에도 지진 관측망 조밀도를 높이면 지진 조기경보를 받지 못하는 구역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만약 지진이 발생했을 때 나의 위치가 진앙의 위치와 가깝다면 어떻게 될까요? 관측소에서 관측하기도 전에, 혹은 경보를 발령하기도 전에 지진동이 먼저 도착할 것입니다. 이런 구역을 경보의 사각지대라는 의미에서 블라인드 존(Blind zone)이라 부르죠. 앞서 예를 든 경주 지진을 기준으로 보면 진앙으로부터 약 78 km 정도의 지역이 블라인드 존입니다. 그런데 조기경보 시간을 10초 이내로 당길 수 있다면 블라인드 존은 30 km까지로 줄일 수 있게 되죠. 지진이 발생한 지역의 인근지역에서는 지진동을 대처할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여러 국가연구기관들이 지진계의 수를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죠. 미국 지질조사국은 2006년부터 ’ShakeAlert’이라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부터는 실제 경보를 발령하기 시작했죠.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지진 발생 시 지진파가 몇 초 뒤 본인의 위치에 도달할지를 초 단위로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지진 조기경보 유무에 따라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설명했는데요. 그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지금의 위치로부터 약 100 km 떨어진 지점에서 지진이 일어나 1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조기경보가 울리지 않은 탓이지요. 이때 만약 조기경보가 발령돼 지진동이 도달하기까지 여유가 있었다면 사망자가 10명 수준까지 줄었을 것입니다. 2초의 여유가 있었다면 대피는 불가능하나 부상은 줄일 수 있겠습니다. 5초가 주어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상 아래로 피할 수 있죠. 10초면 건물 밖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20초면 가족들에게 대피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까지 생기죠.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은 앞서 설명했듯이 P파를 먼저 감지해 S파의 도착을 경고하는 시스템입니다. 예측이 아닌 조기 탐지라 할 수 있죠. 지면이 흔들리기 겨우 몇 초 전에 알려줄 뿐이지만 이 시간 덕분에 우리는 지진 피해를 가능한 최소로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현 단계에서의 한계인 동시에 성과인 것이죠. 이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지진 관측망의 조밀도를 높여 빠르고 정확한 지진 경보 발령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