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는 한국의 동물원에서 태어난 대왕판다입니다.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을 가진 푸바오는 1,354일 동안 사람들의 높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푸바오를 실제로 보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지요. 푸바오의 사진첩 등 각종 기념품이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푸바오는 2024년 4월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푸바오가 중국으로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대왕판다의 소유권이 중국 정부에 있고, 한국에는 대여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대왕판다는 중국을 대표하는 귀여운 동물입니다. 그래서 세계 유수의 동물원은 대왕판다를 보유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나 기관에만 대왕판다를 보내는 판다외교를 펼쳤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1957년 당시 소련에 보낸 대왕판다 한 쌍과 1970년대에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보낸 대왕판다입니다. 처음에는 기증의 형식으로 보냈지만 1984년부터 대여 방식으로 판다외교의 정책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현재 대여 방식으로 외국에 있는 대왕판다는 결국에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또 푸바오처럼 외국에서 대왕판다 새끼가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그 새끼는 4세 이전에 중국으로 가야 합니다. 중국 정부는 왜 판다외교의 정책을 기증에서 대여로 바꾸었을까요? 다양한 목적이 있겠지만, 대왕판다의 보전을 위한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대왕판다는 현재 중국 정부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습니다. 멸종 위기에 빠지기 쉬운 생물은 주로 분포 지역이 한정되어 있고, 번식가능한 개체수가 적습니다. 그리고 번식률이 낮으며, 특정한 서식지 조건을 가집니다. 대왕판다의 서식지는 중국 내륙 쓰촨성과 인근에 있는 주요 산맥입니다. 현재 야생과 시설에서 사는 대왕판다의 수는 2,500마리 정도로 추산합니다. 대왕판다 암컷은 매 2년이나 3년마다 새끼 한 마리를 번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번식률은 다른 곰들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무엇보다도 대나무만 편식하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대나무가 잘 자라는 서식지에서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즉, 대왕판다는 멸종위기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렇게 개체군이 번식하는 개체수가 적고, 제한된 지역에 분포하면, 급격하게 개체군 감소가 일어납니다. 환북극 지역에서 번식하는 민물도요($\textit{Calidris alpine}$)가 좋은 예입니다. 이 새의 한 아종인 남부민물도요($\textit{Calidris alpine schinzii}$)는 여름에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영국 제도, 스칸디아비아 반도의 해안 지역에서 번식합니다. 겨울에는 따뜻한 저위도 북아프리카에서 월동합니다. 스웨덴의 남서부 해안에도 개발의 압력이 심화하면서 서식지가 단절됐고, 남부민물도요 개체군은 서로 격리됐습니다. 남부민물도요는 태어난 장소로 다시 돌아와 번식하는 강한 유소성(philopatry)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한 장소에서 태어나서 유전적 조성이 비슷한 개체들끼리 교미하는 근친교배(inbreeding)가 일어났습니다. 근친교배를 하게 되면 자식의 생존율이나 번식률이 떨어지는데, 이것을 근교약세(inbreeding depression)라 합니다. 남부민물도요에서도 알에서 새끼가 되는 부화 확률이 떨어집니다. 성공적으로 부화했더라도 부화 후 새끼가 죽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과정으로 세대가 지나면서 더욱더 유전적으로 가까운 개체들끼리 교미하고, 더욱더 부화율과 생존율이 떨어집니다. 이 전체적인 과정을 멸종의 소용돌이(extinction vortex)라 합니다. 마치 난파된 배가 소용돌이에 휘말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침몰하는 과정처럼 한번 멸종의 소용돌이에 빠지면 탈출하기 어렵습니다. 멸종의 소용돌이에 빠진 개체군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번식가능한 개체수를 최대한 확보해야 합니다. 다치거나 병든 개체들을 치유해야 합니다. 경쟁에 밀려서 배우자를 찾지 못하는 개체들은 인위적인 짝짓기를 통해 유전정보의 총량을 유지해야 합니다. 유전적으로 거리가 먼 개체들끼리 짝짓기 해서 근친교배를 방지해야 합니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가는 이유도 번식가능한 개체수 확보와 근친교배를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대왕판다는 멸종위기 등급이 ‘위기’에서 ‘취약’으로 한 단계 완화됐습니다. 그러고 보면 대왕판다는 인간의 노력이 있으면 멸종의 소용돌이를 막을 수 있다는 좋은 예이기도 합니다. 푸바오를 지금 당장 못 볼지는 몰라도, 대왕판다를 더 오랫동안 만날 수 있겠지요. 다만 인간의 노력이 지극히 한정된 멸종위기종에만 그치면 안됩니다. 좀 더 다양한 멸종위기종에 관심을 확산시킨다면 더 나은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