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류는 밤하늘에 보이는 별이 우주의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우주관은 외부 은하의 존재를 확인한 20세기부터 급격히 달라졌습니다. 밤하늘의 은하수는 우리은하의 단면이며, 우주에는 우리은하와 같은 은하가 수도 없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주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크고 복잡했습니다. 은하 사이의 거리는 별이 모여 있는 은하 중심부의 지름보다 훨씬 더 큽니다. 은하 사이의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으므로 별은 모두 은하에 속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20세기 후반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은하 사이의 공간을 떠도는 별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은하간성(Intergalactic Star)이라 불리는 이런 떠돌이 별이 처음부터 은하 밖에서 태어난 건 아닙니다. 별이 생기려면 가스 구름이 고압, 고밀도로 뭉쳐야 하는데, 은하 밖에서는 가스 구름이 뭉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은하간성도 은하에 속한 별로 태어났다가 모종의 이유로 그곳을 빠져나와 떠돌게 된 겁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은하의 강한 중력을 벗어났을까요? 은하는 중력으로 주변 물질과 다른 은하를 끌어당깁니다. 가까워진 은하는 서로 병합해 더 큰 은하로 성장합니다. 두 은하가 충돌해 질량 분포가 크게 바뀌면 각 은하를 이루던 물질의 운동 궤적이 달라집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별은 은하의 중력장을 벗어나 외부를 떠돌게 됩니다. 또, 밀도가 높은 은하 중심부의 별들은 서로 가까워지면서 중력의 영향을 받아 에너지를 주고받습니다. 이때 일부 별은 매우 높은 운동 에너지를 얻어 은하 바깥으로 튕겨 나갑니다. 은하간성의 대부분은 은하 병합 과정에서 은하 중력장을 탈출한 별입니다. 은하는 주변 물질 및 다른 은하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성장합니다. 은하 병합의 잔재인 은하간성은 은하 외곽에서 조석 흔적(tidal feature)이라는 특정한 모양으로 분포합니다. 조석 흔적의 세기, 방향, 모양, 개수 등은 은하의 성장 역사를 알려주는 기록물과 같습니다. 더불어 암흑물질의 분포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은하가 병합하지 않을 때도 은하의 속박을 벗어나 탈출하는 별이 있습니다. 우리은하 내 별의 평균 속도는 초속 100km 남짓인데, 이런 별은 초속 1000km가 넘는 속도로 은하 바깥을 향해 돌진하고 있습니다. 어림잡아 수백만 년 뒤면 우리은하의 중력장을 벗어나게 됩니다. 이런 별을 초고속성(hypervelocity star)이라고 부릅니다. 초고속성은 쌍성이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에 근접할 때 생길 수 있습니다. 블랙홀의 강력한 조석력이 쌍성의 결속을 찢으면서 두 별 중 하나가 빠른 속도로 튕겨 나가는 겁니다. 이와 같은 원리로 생겨나는 초고속성은 은하 중심에서만 나오지만, 은하 어디에서나 생길 수 있는 초고속성도 있습니다. 서로 아주 가까운 밀접 쌍성 중 하나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때 동반성이 막대한 에너지를 받아 초고속성이 되는 경우입니다. 질량이 큰 별이 태어나면 수백만 년 안에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므로 이런 초고속성은 젊은 별이 많은 은하의 원반과 나선팔 영역에서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은하의 암흑물질 헤일로 영역에 도달한 초고속성의 궤도 특성은 현대 천문학의 핵심 질문 중 하나인 암흑물질의 본질에 관한 실마리를 제공할 전망입니다. 또, 은하 중심에서 나오는 초고속성의 빈도와 궤도 특성을 연구하면 초대질량 블랙홀과 그 주변 영역에 관한 정보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13년 발사된 가이아 우주망원경을 비롯해 여러 관측 프로젝트가 초고속성을 찾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은하와 암흑물질의 비밀에 관한 실마리를 알려주며 은하를 벗어나 외로운 길을 떠나는 초고속성을 생각하니 감사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