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살고 있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다.” 베스트셀러 ‘코스모스’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의 소설 ‘콘택트’에 나온 말입니다. 그 말처럼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수많은 별이 보입니다. 우리은하에는 이런 별이 1000억 개 이상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주에는 우리은하와 같은 은하가 1조 개 넘게 있습니다. 우주에는 바닷가의 모래알보다도 더 많은 별이 있는 셈이지요. 그렇다면 그중에는 외계인이 사는 별도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아니, 수도 없이 많지 않을까요? 16세기, 코페르니쿠스(Copernicus)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얼마 뒤 지오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는 코페르니쿠스의 생각을 더 발전시켜 우주는 끝이 없고, 외계인도 수없이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브루노는 너무 일찍 이런 말을 하는 바람에 불쌍하게도 화형을 당했습니다. 이후 자연히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Christian Huygens)는 외계인의 신체 구조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19세기에는 이탈리아 천문학자 조반니 스키아파렐리(Giovanni Schiaparelli)가 화성 표면의 어두운 선을 보고 외계인이 건설한 운하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주로 우주에서 오는 외계인의 신호를 찾습니다. 외계 지성 탐색 프로젝트,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가 바로 그런 시도입니다. 1977년의 ‘와우 신호(Wow! Signal)’, 2019년 BLC1(Breakthrough Listen Candidate 1) 같은 의심스러운 신호도 있었지만, 아직 외계인의 것으로 확실히 밝혀진 건 없습니다. 우주가 이렇게 오래되었고 넓은데, 우리는 왜 아직 외계인의 흔적을 찾지 못했을까요? 이런 의문을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외계인이 과거에 있었지만, 지금은 다 사라졌다고 설명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외계인이 일부러 숨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설령 외계인이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해도 그걸 찾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자, 우리가 명탐정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어느 날, 외딴 숲 속에 사는 할머니가 찾아왔습니다.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와 보니 집이 심하게 어질러져 있다는 겁니다. 도둑이 들었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범인을 잡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까요? 현장으로 가서 할머니의 것이 아닌 지문을 찾아내면 되겠지요? 그런데 막상 할머니의 집에 가보니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우선 할머니는 평소에 정리정돈을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집이 어질러진 것도 도둑 때문인지 허둥지둥 여행짐을 꾸리다가 그렇게 된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지문을 찾아보았지만, 집안 전체가 할머니의 지문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의심스러운 지문이 한두 개 있었지만, 너무 흐릿하고 할머니의 지문과 겹쳐 있어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지구에서 외계인의 흔적을 찾는 일은 이와 비슷합니다. 우주에는 별이 너무 많아, 어느 별을 집중적으로 관찰해야 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별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별인 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도 광속으로 4.3년이나 가야 합니다. 외계인이 강한 신호를 보내도 지구에 도달할 때쯤에는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지구에 이미 인간이 만드는 인공 신호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할머니의 지문이 집안을 뒤덮고 있듯이 말이지요. 이래서는 의심스러운 신호를 찾아도 외계인이 보냈는지 지구 어디선가 온 신호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다행히 SETI 연구는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어떤 과학자는 인공 신호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달 뒷면에 전파망원경을 세워서 외계인의 신호를 찾자고 주장했습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여러 나라가 협력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꾸준히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외계인의 흔적을 찾았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