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0년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을 네 개 발견했습니다.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로, 흔히 ‘갈릴레이 위성’이라고 불립니다. 갈릴레이는 네 위성이 목성 주위를 도는 것을 보고 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이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지구가 태양을 도는 한 행성일 뿐이라는 지동설의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같은 해, 태양계를 관측하던 갈릴레이는 금성의 위상이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금성이 초승달 모양으로 보이는 ‘초승 금성’은 마침내 천동설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증거가 됐습니다. 위상 변화는 초승달, 반달, 보름달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체의 모양이 다르게 보이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천구상에서 위상이 두드러지게 변하는 천체는 금성, 수성, 달이 전부입니다. 지구의 위성인 달을 제외하면 행성은 금성과 수성뿐입니다. 왜 금성과 수성만 위상 변화가 분명하게 보일까요? 그건 지구의 위치 때문입니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세 번째 행성입니다. 금성과 수성만이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운 내행성입니다. 지구 바깥쪽의 행성은 외행성이라고 부릅니다. 천체의 위상은 태양, 천체, 관찰자 사이의 내각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각을 위상각이라고 합니다. 위상각이 작을수록 천체에서 태양빛을 받은 부분이 지구 쪽을 향합니다. 지구에서는 보름달처럼 보이겠지요. 위상각이 클수록 태양빛을 받은 부분이 지구 반대쪽을 향합니다. 따라서 위상각이 커질수록 빛나는 부분의 모습이 반달을 거쳐 초승달이나 그믐달처럼 변합니다. 금성은 지구 궤도 안쪽에서 태양을 공전하기 때문에 위상각의 범위가 0~180도입니다. 위상각이 0도일 때는 지구-태양-금성 순서로 일직선을 이룹니다. 이때는 태양빛을 받은 면이 정면으로 지구를 향해 보름달 모양이 됩니다. 태양이 가리기 때문에 관측은 어렵지만, 위상각이 0도에 가까울 때는 태양이 뜨기 직전이나 진 직후에 보름달에 가까운 금성의 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위상각이 180도일 때는 지구-금성-태양 순서로 일직선을 이룹니다. 이때는 금성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인 ‘식’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수성도 위상이 변하지만, 지구에서 관측이 쉽지 않습니다. 태양에 너무 가까워 해가 뜨기 직전이나 해가 진 직후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볼 수 있어서입니다. 반면 외행성은 태양과 지구 사이에 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위상각의 범위가 좁습니다. 외행성의 최대 위상각은 지구로부터의 거리가 멀수록 작아집니다. 목성의 위상각은 0~11도이며, 토성은 위상각이 0~6도에 불과합니다. 가장 가까운 외행성인 화성조차 지구와 가장 가까울 때 약 5600만 km나 떨어져 있습니다. 화성의 최대위상각은 45도입니다. 화성이 최대위상각에 있을 때는 반달과 보름달의 중간 정도로 보입니다. 이렇듯 외행성은 위상 변화 폭이 작고 거리가 멀어서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만약 지구 궤도와 매우 가까운 외행성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 외행성의 최대 위상각은 90도에 근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대 반달 정도까지 위상이 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두 행성이 서로 가까우면 중력으로 인해 결국 충돌하거나 궤도 변화를 일으켜 서로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무수히 많은 천체 중 단 두 행성의 위상 변화를 관측한 것만으로도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이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지구는 특별할 것 없는 작은 행성일 뿐이라는 혁명적인 깨달음이 찾아왔지요. 이렇게 작은 발견이 위대한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