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빛납니다. 우리은하에는 이런 별이 수천억 개 있습니다. 우주에는 우리은하 외에도 수많은 은하가 있습니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수천억 개의 은하가 있다고 합니다. 별이 모여 은하를 이루듯 은하도 특정 영역에 모여 있습니다. 둥글게 뭉쳐 있는 것도 아니고, 우주 전체에 걸쳐 독특한 구조를 이루며 모여 있지요. 왜 은하는 이런 모양으로 모여 있는 걸까요? 우리은하에서 별이 밀집되어 있는 영역의 크기는 수만 광년 정도이며,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와는 수백만 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은하 사이의 공간에는 물질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개의 은하는 망망대해와 같은 우주의 빈 공간에 외롭게 떠 있는 별들의 섬 같습니다. 하지만 크게 보면 은하는 서로 모여서 더 큰 구조를 이룹니다. 그물 혹은 거품을 닮은 이 거대한 구조를 우주거대구조(large-scale structure)라 합니다. 거미줄을 닮아 우주 거미줄(cosmic web)이라고도 하죠. 이 우주거대구조는 은하가 수십에서 수천 개 모인 은하단(Galaxy cluster), 은하들이 줄지어 늘어서면서 은하단 사이를 연결하는 필라멘트(cosmic filament), 은하가 밀집해 거대한 벽을 이루는 우주 장벽(cosmic wall), 은하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우주의 거대 공동(cosmic void)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거대 공동의 부피는 우주 전체 부피의 약 76%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은하 밀집도는 은하단의 8만 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즉, 거대 공동에 속한 은하는 전체의 0.43%에 불과합니다. 우주가 처음부터 이런 구조였던 건 아닙니다. 태초에는 물질이 우주의 전 영역에 고르게 분포했습니다. '고르다'란 표현은 평화로운 모습을 연상하게 하지만, 실은 그 반대입니다. 그때는 만물이 손톱보다 작은 공간에 빽빽이 들어 있었습니다. 빅뱅(Big Bang)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는 손톱보다도 작은 한 점에서 대폭발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이후 우주 급팽창(inflation)을 거쳐 138억 년 동안 지속적으로 팽창해 지금과 같은 크기에 이르렀죠. 그런데 태초의 우주에는 미세한 불균일성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우주 급팽창 과정에서 에너지가 미세하게 떨리는 양자 요동이 물질의 밀도 요동으로 이어지면서 물질이 조금 더 몰려 있거나 덜 몰려 있는 부분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바다의 잔물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수면이 대체로 평평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잔물결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만약 이러한 불균일성이 없었다면, 우주에는 그 어떤 천체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우주가 커짐에 따라 물질이 살짝 더 몰려 있었던 영역은 주변의 물질을 끌어당겨 덩치를 키워 나갑니다. 덩치가 커질수록 더 많은 물질을 끌어당깁니다. 반대로 물질이 살짝 덜 몰려 있던 영역은 원래 갖고 있던 물질마저 주변에 뺏깁니다. 태초에 뿌려진 불균일성이라는 씨앗은 크고 작은 규모의 천체와 빈 공간, 즉 우주구조물로 자라나게 됩니다. 중력의 다른 이름은 '만유인력'입니다. ‘질량을 가진 만물 사이에 작용하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란 뜻이지요. 우리도 질량을 갖고 있기에 만유인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그 세기가 매우 약합니다. 수천 톤의 질량으로도 티끌 하나를 쉽게 끌어당기지 못합니다. 무대를 우주로 확장해 천체를 주인공으로 세워야 중력은 비로소 만물을 지배하는 강력한 힘이 됩니다. 은하를 벽돌 삼아 우주거대구조라는 거대한 건축물을 쌓아 올린 것도, 거대 공동을 만든 것도 바로 중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