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는 다양한 형태와 색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나선팔이 휘감고 있는 나선은하(spiral galaxy)는 더욱 매력적입니다. 그 독특한 형태는 마치 은하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사람의 얼굴이 모두 제각기 다르듯 은하의 나선팔도 각도나 개수, 색 등이 모두 제각기 다르지요. 은하가 납작한 원반 모양인 건 빠르게 회전하기 때문입니다. 은하의 팔은 원반의 평면을 따라 중심에서 바깥쪽을 향해 나선형으로 뻗어나갑니다. 거의 모든 경우 나선팔은 은하의 회전을 뒤따라가는 모양으로 감겨 있습니다. 배수구로 빠져나가는 물의 회전 방향과 물줄기가 감기는 방향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은하의 회전을 따라가는 나선팔을 후속 나선팔(trailing spiral arm)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은하의 회전과 반대 방향으로 나선팔이 감긴 은하가 처음으로 관측됐습니다. 바로 NGC 4622입니다. 이렇게 나선팔이 은하의 회전보다 앞서는 방향으로 감겨 있는 경우를 선도 나선팔(leading spiral arm)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렇게 거꾸로 감긴 나선팔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선팔의 정체를 안다면, 나선팔과 은하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나선팔이 별들과 성간 물질의 회전에 따라 함께 움직인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선팔은 물질이 모인 부분으로, 물질의 분포가 나선팔의 형태를 결정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나선팔을 물질 팔(material arm)이라고 합니다. 언뜻 보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나선팔의 정체로 보입니다. 물질 팔이 형태를 유지하려면 은하 내 물질이 모두 같은 각속도로 움직여야 합니다. 은하 내 물질이 레코드판 돌아가듯, 같은 시간 동안 같은 각도만큼 회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는 대부분의 은하가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각속도가 점점 줄어듭니다. 즉, 은하 바깥 부분이 안쪽보다 점점 늦게 회전합니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나선팔은 점점 더 빽빽하게 감겨야 합니다. 그러나 우주에서 이런 현상은 관측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0년대 중반 밀도파(density wave)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원반을 구성하는 물질의 회전과 상관없이 밀도의 파동이 나선형으로 회전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은하의 밀도파를 흔히 고속도로의 정체 구간에 비유합니다. 빠르게 달리던 자동차가 정체 구간에 진입하면 속도를 줄입니다. 정체 구간에는 자동차가 빽빽하게 모여 있게 됩니다. 정체 구간을 빠져나가면 속도는 다시 원래대로 높아집니다. 자동차는 들락거리지만, 정체 구간 자체는 자동차와 상관없이 머물러 있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별과 성간물질, 정체 구간이 밀도파라고 보면 됩니다. 은하 중심을 회전하다가 밀도파를 만난 별과 성간물질은 움직임이 정체됩니다. 따라서 밀집도가 커지며 그 부분이 다른 곳보다 더 밝게 보입니다. 밀도파를 벗어나면 원래 회전 속도로 돌아갑니다. 밀집도와 밝기도 원래대로 돌아가죠. 밀도파를 만난 성간 물질은 서로 중력을 발휘해 끌어당깁니다. 그중 일부는 고밀도로 수축해 새로운 별로 탄생합니다. 그래서 나선팔은 별이 많이 태어나는 곳입니다. 갓 태어난 어린 별은 나이 든 별에 비해 훨씬 밝으므로 나선팔은 실제보다 더 많은 물질이 모인 것처럼 보입니다. 은하의 밀도파는 회전하는 원반 자체의 중력 불안정성과 주변 은하와의 중력 상호작용에 의해 생깁니다. 대부분의 밀도파는 원반의 회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후속 나선팔을 만듭니다. 하지만 드물게 밀도파가 회전 반대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그러면 나선팔이 거꾸로 감긴 모양이 되지요. 우리가 관측하는 나선은하 중 1% 정도만 이런 선도 나선팔을 갖습니다. 나선팔이 물질 팔이라면 나선팔이 거꾸로 감기는 건 절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NGC 4622의 발견은 40여 년 만에 물질 팔에서 밀도파 이론으로 바뀌던 패러다임의 변화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