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니모를 찾아서’(2003)의 주인공 니모는 밝은 오렌지색 몸에 흰 줄무늬가 있는 흰동가리입니다. 이런 모습이 광대와 비슷해서 광대물고기(clownfish)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흰동가리를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말미잘물고기(anemonefish)입니다. 왜 흰동가리는 말미잘물고기라 불릴까요? 흰동가리는 태평양과 인도양의 수심이 얕고 따뜻한 바다에서 서식합니다. 거센 파도로부터 안전한 암초 지대나 산호가 있는 생태계에서, 흰동가리는 말미잘과 함께 생활하고 있지요. 말미잘은 여러 개의 촉수를 가지고 있는데, 그 촉수에는 독침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물고기를 촉수로 잡아 마취시킨 후 잡아먹습니다. 흰동가리는 피부에서 분비되는 점액질 피복(mucus coating) 덕분에 말미잘의 독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미잘의 촉수 사이를 마음껏 돌아다녀도 독침에 쏘이지 않습니다. 흰동가리와 말미잘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리공생(mutualism) 관계입니다. 보통 공생은 서로 다른 종에서 흔하게 일어납니다. 상리공생을 이해하려면, 상호작용하는 서로 다른 종들이 얻는 이익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먼저 흰동가리가 말미잘로부터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요? 첫째, 흰동가리는 말미잘을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보금자리로 사용합니다. 흰동가리는 보통 어른 손보다 작아 이들을 노리는 포식자가 많습니다. 흰동가리를 노리고 달려든 포식자들은 말미잘 촉수의 독침에 쏘여 결국 기절하거나 죽게 됩니다. 둘째, 말미잘은 먹이를 게걸스럽게 먹기 때문에 부스러기를 많이 남깁니다. 흰동가리는 이 음식 부스러기를 먹으며 배를 채우기도 합니다. 셋째, 흰동가리는 말미잘 사이에서 배우자도 찾고, 알을 낳아 번식도 합니다. 결국 말미잘은 흰동가리의 삶의 터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말미잘은 흰동가리로부터 어떤 이익을 얻을까요? 말미잘에게 흰동가리가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 역시 포식자 방어입니다. 독침이 있는 촉수를 흔들어 대는 말미잘에게 가까이 오고 싶어 하는 물고기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버터플라이피쉬($\textit{Chaetodon fasciatus}$) 같은 물고기는 말미잘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 공격자를 흰동가리가 쫓아내지요. 만약 흰동가리가 말미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싶으면, 흰동가리를 말미잘 속에서 일시적으로 제거해 보면 됩니다. 그러면 말미잘은 포식자를 피하려고 촉수를 움츠리고, 암초의 구멍 같은 곳에 숨습니다. 그렇지만 흰동가리를 다시 말미잘 속에 넣어주면, 말미잘은 촉수를 활짝 피고 다시 활동을 시작합니다. 포식자 방어 외에도 흰동가리는 말미잘에게 다양한 도움을 줍니다. 첫째, 녹색조류를 증가시켜 말미잘의 성장과 재생(regeneration)을 돕습니다. 말미잘의 세포 속에는 녹색조류(green algae)나 와편모충(dinoflagellate) 같은 생물이 있습니다. 흰동가리가 음식물을 먹고 배설하면, 배설물에 있는 질소가 녹색조류를 증가시킵니다. 둘째, 말미잘의 서식 환경을 개선합니다. 말미잘이 흔히 발견되는 산호가 많은 암초 지대는 산소가 부족합니다. 흰동가리가 말미잘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물을 순환시키면 산소의 공급이 원활해집니다. 또한 흰동가리는 말미잘 주변의 찌꺼기를 제거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흰동가리의 밝은 색깔이 다른 물고기를 말미잘 쪽으로 유인해 말미잘이 그 물고기를 포획하게 한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말미잘은 흰동가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자원을 제공해 줍니다. 그래서 흰동가리는 말미잘 없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흰동가리가 하나도 없다면 말미잘은 포식자의 공격 때문에 촉수를 마음대로 펼 수도 없고, 제대로 성장할 수도 없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종의 흰동가리가 있는데, 모두 말미잘과 상리공생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흰동가리와 말미잘의 상리공생은 숙주 특이성(host specificity)이 있어서, 특정 흰동가리 종은 특정 말미잘 종에서만 살아갑니다. 이런 숙주 특이성은 흰동가리와 말미잘 모두 상대방에게 의존하여 생활하고 있으며, 결국 흰동가리와 말미잘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의미합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다른 생물들과 긴밀하게 공생하고 있습니다. 공생은 험난한 환경과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생존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