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당시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Bill Clinton,1946~ )이 기자 회견을 통해, 드디어 인간 유전체를 완전히 해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인간유전체 프로젝트의 두 히어로인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S Collins, 1950~) 박사와 크레이그 벤터(J. Craig Venter, 1946~) 박사를 양 옆에 세우고 말입니다. 당시 언론은 이것이 달나라에 아폴로 유인 우주선을 착륙시킨 것만큼 대단한 업적이라 칭찬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인간 유전체에는 약 3만 개의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후 유전체의 분석이 더 정교해지며 2만 5천 개였다가, 2024년 현재는 약 2만 개의 유전자가 있다고 알려져있죠. 이렇게 개수를 셀 수 있는 단위인 유전자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유튜브에는 ‘5 Things About Me’라는 제목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영상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textit{FOXP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청년의 영상도 볼 수 있습니다. 영상 속 청년은 발음이 불명확하고, 문법에 맞는 문장을 잘 만들지 못합니다. 이는 $\textit{FOXP2}$ 유전자 결함 때문에 선천적으로 언어 장애를 겪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를 ‘언어유전자’라고 부릅니다. $\textit{FOXP2}$ 유전자는 인간의 유전체에 들어있는 약 2만 개의 유전자 중 하나입니다. ATGC로 이루어진 염기서열의 정보를 담고 있죠. 도대체 이 염기서열이 무엇이길래 조금의 문제가 생겨도 말이 어눌해지는 것일까요? $\textit{FOXP2}$ 유전자의 염기서열은 특정 아미노산 서열의 정보를 담고 있으며, 이 아미노산 서열은 3차 구조를 가진 단백질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이 FOXP2 단백질은 전사 조절 단백질의 하나입니다. 태아 발달 시 머리에서 발현되어 아기의 하악 구조와 발성 기관의 구조를 정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죠. 그뿐 아니라 뇌에서도 발현되어 정확한 문법 구조를 가진 문장을 생성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1990년대 초, 세계 최초로 개화유전자를 찾아내 학계에 보고한 적이 있습니다. ‘$\textit{LUMINIDEPENDENS}$’라는 이 유전자는 염기서열을 가졌고, 이 염기서열은 아미노산 서열을 가진 단백질 생성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식물의 개화시기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전사조절 단백질인 LUMINIDEPENDENS이죠. 아직 이 단백질의 정확한 3차 구조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AI 기능을 탑재한 알파폴드(AlphaFold)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이 단백질의 3차 구조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앞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유전자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란 특정한 단백질을 생성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말합니다. 즉, 유전자의 정보는 단백질에 대한 정보입니다. 인간 유전체에 들어있는 2만여 개의 유전자 목록은 결국 2만여 개의 서로 다른 단백질 정보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단백질은 무엇이길래 2만여 개의 목록만으로 이렇게 정교한 인간을 만들 수 있는 것일까요? 단백질은 생명체에 기능을 제공해 주는 분자입니다. 우리가 호흡하는 것은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 덕분입니다. 식물이 이산화 탄소를 유기물로 전환하는 것도 ‘루비스코’라는 단백질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죠. 심지어 우리가 말하고 손짓, 발짓을 하는 것도 ‘나트륨-칼륨 이온 펌프’ 단백질로 인해 신경 전도가 일어나서 가능한 것입니다. 인간은 이러한 2만여 개의 서로 다른 단백질로 몸을 만들고, 그 기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유전자를 단백질에 대한 정보라고 정의하면, 생물학을 아는 누군가는 틀렸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단백질을 생성하지 않고 RNA 상태로 작용하는 유전자도 많기 때문입니다. 세포 내 매우 중요한 구성 성분인 리보솜은 단백질과 RNA의 복합체입니다. 심지어 효소 작용의 기능을 하는 부분이 단백질이 아니라 RNA 부분이죠. 또 마이크로RNA도 있고, 단백질에 대한 정보가 없는 비암호 RNA(noncoding RNA)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RNA는 결국 단백질을 적재적소에 정확한 양을 생성하게 하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생명은 정확한 장소와 시간에, 정확한 양의 단백질을 정교하게 생성하기 위해 매우 다양한 조절 기작을 갖고 있죠. 따라서 이들 비암호 RNA는 결국 단백질 생성을 위해 기능을 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유전자는 단백질 정보라고 정의해도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