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화생물학자 닐 슈빈(Neil Shubin, 1960~)은 책 ‘DNA에서 우주를 만나다’(2015)에서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의 종류와 숫자를 제시했습니다. 코발트($\text{Co}$)가 한 개일 때를 기준으로 한 상대적인 개수이니 실제로는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상대적인 비율이나 원소의 중요성을 판단하기엔 무리가 없습니다.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 중 개수가 많은 네 가지 원소는 순서대로 수소, 산소, 탄소, 질소입니다. 하지만, 인체에서 차지하는 무게 순위는 조금 다릅니다. 각 원소의 원자량이 다르기 때문이죠. 개수로 보면 수소가 더 많지만, 무게로 따지면 산소가 더 무겁습니다. 인체 구성하는 원소를 중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산소, 탄소, 수소, 질소 순입니다. 즉, 우리 몸에서 원자 개수가 가장 많은 원소는 수소, 무게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 원소는 산소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우리 몸에 많은 수소, 산소, 탄소, 질소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수소와 산소는 주로 물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두 개의 수소 원자와 하나의 산소 원자가 결합해 만들어진 물은 인체의 70% 를 구성합니다. 물은 고정된 분자가 아니어서 우리 몸을 끊임없이 순환합니다. 하이드로늄 이온($\text{H}_3\text{O}^{+}$)과 수산화 이온($\text{OH}^{-}$)으로 나뉘면서 체액의 산성도를 유지하고, 각종 산화 환원 반응에 관여하지요. 소화 작용에도 꼭 필요합니다. 전분이나 단백질 같은 고분자를 잘게 쪼개는 ‘가수분해’ 반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물은 거의 모든 물질을 녹이는 ‘만능 용매’입니다. 물은 효소 단백질이 작용할 자리를 마련할 뿐 아니라, 인지질 이중층이 세포의 경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방산이 물을 피해 서로 뭉치도록 하기 때문이죠. 식물과 남세균은 태양 에너지를 받고 물 분자를 분해해서 무기물인 이산화 탄소를 유기물인 탄수화물로 전환합니다. 즉,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이지요. 물은 지구에 풍부하게 존재하지만 식물과 남세균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들은 종속 영양 생명체가 산화 반응을 거쳐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세 번째로 수가 많은 탄소는 거의 모든 원소와 결합을 이룰 수 있는 ‘만능 결합자’입니다. 예를 들어, 탄소가 네 팔을 뻗어 수소와 결합하면 메테인($\text{CH}_4$)이 됩니다. 이 분자는 탄소와 수소로 구성된 가장 단순한 형태의 탄화수소입니다. 탄화수소는 산소와 반응해 열에너지를 내기 때문에 주로 연료로 쓰입니다. 양초의 주재료인 파라핀이 탄화수소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탄수화물은 포도당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좁은 의미에서 탄수화물은 당(sugar)을 뜻하지만, 탄소, 수소 그리고 산소로 구성된 분자를 포괄하기도 합니다. 음식을 통해 들어온 포도당을 간과 근육에 글라이코젠으로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씁니다. 포도당만 좋아하는 ‘입 짧은’ 뇌는 간에 저장된 글라이코젠으로 고작 하루를 버틸 뿐이죠. 또 탄소 원자가 세 개인 글리세롤은 세 분자의 지방산과 결합하여, 남는 에너지를 지방의 형태로 장기간 보관합니다. 네 번째로 수가 많은 질소는 주로 아미노산의 모습으로 생물계 무대에 섭니다. 생명체는 스무 개의 아미노산을 줄줄이 엮어서 단백질을 구성합니다. 단백질은 세포에서 거의 모든 일을 하는 ‘노동자’ 화합물입니다. 효소로서 각종 화학 반응에 참여하고, 콜라젠이나 케라틴처럼 골격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백질은 세포 안에 많습니다. 대장균 건조 중량의 절반을 단백질이 차지하는 것만 봐도 이를 짐작할 수 있죠. 우리 몸을 구성하는 주된 원소는 수소, 산소, 탄소, 질소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미량 원소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죠. 요오드가 없으면 갑상샘 호르몬이 작동하지 못합니다. 철이 없으면 멀리까지 산소를 보내기 힘들고, 간에서 해독 작용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양이 많든 적든 우리 몸의 원소들은 제자리에서 자기 일을 묵묵히 수행합니다. 이들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원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