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언제나 최고의 것을 찾는 데 열광합니다. 가장 빠른 차, 가장 높은 빌딩, 가장 위험한 독과 같이 말이죠. 절대적인 정점에 도달하려는 욕구는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독한 술은 얼마나 독할까요? 몸에 이롭진 않지만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술의 핵심은 바로 에탄올이라는 작고 기묘한 화학물질입니다. 이 에탄올의 비율인 도수에 따라 술이 얼마나 독한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독한 술은 95.6 %의 도수를 갖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높은 도수의 술은 없습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가장 독한 술은 에탄올 100 %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왜 더 독한 술은 만들지 않는 걸까요? 술은 에탄올과 물 그리고 다양한 맛과 향 분자들이 뒤섞인 혼합 용액입니다. 가장 독한 술을 만들고 싶다면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에탄올을 제외한 다른 모든 물질을 분리해 제거하면 순수한 에탄올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혼합물을 분리하는 과정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첫 번째 화학 실험 과정입니다. 철가루와 모래가 섞여 있다면 자석을 이용해 분리할 수 있습니다. 소금물은 가열해서 물을 증발시키면 소금을 분리할 수 있죠. 세 가지 이상의 물질이 섞인 혼합물도 성질의 차이를 이용하면 몇 단계의 작업으로 깔끔하게 분리할 수 있습니다. 혼합물의 분리는 학교를 떠나서도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광산에서 채굴된 광석이나, 버려진 전자 부품에서 귀금속만을 추출하는 기술이 그 예시죠. 마찬가지로 원유의 정제 역시 매우 중요한 혼합물 분리 과정 중 하나입니다. 원유는 여러 화합물들이 섞여 있는 혼합물입니다. 원유를 이루는 화합물들의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여러 단계를 거쳐 서로 다른 화석 원료들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원유의 정제는 증류탑에서 이루어지는데 프로페인(propane)이나 뷰테인(butane)은 끓는점이 상대적으로 낮아 증류탑 상층에서 석유 가스 형태로 분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은 끓는점이 상대적으로 높아 증류탑 중간에서 액체 상태로 분리됩니다. 이들이 분리되고 남은 찌꺼기는 증류탑 하부에 남게 됩니다. 이 찌꺼기는 도로 포장에 사용되는 아스팔트로 활용되거나 석유 코크스 형태로 분리되어 리튬 이온 배터리의 음극재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물질 간의 끓는점 차이를 이용한 혼합물 분리 방식을 분별 증류라고 합니다. 에탄올과 물이라는 두 종류의 액체 혼합물인 술 역시 분별 증류로 분리가 가능합니다. 간단하게 생각해봅시다. 물의 끓는점은 100 ℃ 이고 순수한 에탄올의 끓는점은 78.37 ℃입니다. 따라서 물과 에탄올 혼합물의 온도를 서서히 높이면 끓는점이 낮은 에탄올이 먼저 끓을 것입니다. 이 때 가해지는 열 에너지는 에탄올이 기화하는 과정에 사용되고 혼합물의 온도는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그러다가 에탄올이 모두 기화돼 날아가면 순수한 물과 에탄올의 분리가 끝납니다. 이 과정이 우리가 배우는 분별 증류의 원리에 따른 이상적인 흐름입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요? 첫째는 실제 혼합물의 끓는점은 액체의 조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증발과 끓음은 둘 다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과정이지만 서로 다른 현상입니다. 증발은 액체 표면으로부터 분자들이 기화되는 현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끓음은 액체의 증기압력이 대기압과 같아지는 끓는점 이상의 온도에서 발생합니다. 액체가 끓으면 액체 전체에서 기화 현상이 일어나게 되죠. 순수한 액체는 같은 압력 조건 하에서 항상 같은 끓는점을 가집니다. 반면 액체 혼합물은 조성에 따라 증기압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끓는 온도도 제각기 다릅니다. 둘째는 에탄올과 물 혼합물에서 항상 에탄올만을 기화시켜 깔끔하게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분별 증류를 통해 점차 조성이 변하더라도 에탄올 비율이 95.6 %에 도달하면 혼합물에 있는 두 액체의 끓는점은 78.1 ℃로 같아집니다. 이 상태가 되면 혼합물을 아무리 끓여도 물과 에탄올의 조성 및 끓는점이 더 이상 변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끓는점이 하나로 일정한 혼합물을 ’함께 끓음 혼합물(azeotrope)’이라 부릅니다. 모든 액체 혼합물이 항상 함께 끓음 혼합물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에탄올과 물은 함께 끓음 혼합물을 형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별 증류로 얻어지는 술의 최고 도수는 95.6 %인 것입니다. 함께 끓는 혼합물은 소위 진한(concentrated) 물질의 기준에서도 나타납니다. 실험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진한 황산이 98 %, 그리고 진한 질산이 68 %의 농도를 갖는 이유도 바로 함께 끓는 혼합물을 형성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100 % 에탄올은 절대로 얻을 수 없을까요? 인간은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만약 물을 흡수하는 흡습제 등을 넣어 에탄올 95.6 %의 비율을 억지로 넘길 수만 있다면 이후에는 분별 증류로 100 %의 에탄올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위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가 100 %의 술을 만들지 않는 것은 과학적인 한계 때문만은 아닙니다. 맛이나 풍미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순수한 에탄올을 과연 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