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드 브로이(Louis de Broglie, 1892-1987)가 제안한 물질파 이론은 모든 자연의 입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이에 따르면 운동하는 모든 입자는 반드시 파동의 성질이 나타나야 합니다. 단 하나의 예외 없이 말이죠. 우리의 몸 역시 입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동의 성질을 보여야 하죠. 어쩌면 우리 몸도 빛처럼 이중 슬릿을 통과하면 스크린에 간섭무늬가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스스로가 어떤 파장을 갖고 진동하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어떤 학생이 양자역학 시험을 앞두고 공포에 질려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을 파동성이라고 하기엔 어렵겠죠. 우리의 몸이 파동성을 갖는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사실 우리 몸은 많은 종류의 입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질량이 무척 큽니다. 그 입자들은 각각 파동성이 있지만 많은 파동이 서로 간섭하고 상쇄됩니다. 물질파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몸은 질량이 무척 크기 때문에 파장이 매우 작게 나타납니다. 이 파장은 현재의 기술로 측정되기 어려울 정도로 작죠. 그래서 우리의 몸은 입자로만 여겨집니다. 모든 입자는 사실 파동성을 가집니다. 그것들이 입자로만 보이는 이유는 인류의 언어와 기술의 한계일 겁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입자의 파동성을 측정해보려는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수백 개의 원자가 결합한 거대한 생체 분자를 갖고 실험했습니다. 이 분자는 전자보다 훨씬 크지만 놀랍게도 빛처럼 간섭 무늬를 나타냈습니다. 작은 생체 분자가 나타낸 파장은 350 펨토미터에 불과했습니다. 펨토미터는 1 미터를 1000 조로 나눈 무척 작은 크기입니다. 물론 파장은 분자 크기의 천분의 일 수준으로 작았습니다. 결국 입자가 커질수록 파장을 측정하기 위해 더욱 정밀한 측정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입자의 크기가 파장 크기에 가깝게 작고 운동량이 매우 작은 경우 입자는 확실히 파동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원자 안의 전자는 확실하게 파동성을 가진 채 존재하는 것입니다. 20세기 초 전자의 파동성이 확인된 이후 과학자들은 전자의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운동량을 알아냈으니 이제 전자의 위치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전자의 운동량을 알면 위치를 특정할 수 없었습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이죠.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 1901-1976)는 이 상황을 불확정성 원리로 설명했습니다 불확정이란, 말 그대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전자의 위치를 확정하지 못하는 대신 그 확률분포를 알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등교시킨 상황을 가정해보죠 위치추적기가 없다면, 부모는 아이가 이후에 어떤 위치에 있는지 정확하게 모릅니다. 다만 아이가 수업을 받기 위해 교실에 있을 확률이 높다고 추정할 뿐이죠. 아이가 쉬는 시간에 잠시 운동장이나 학교 밖을 나간다 해도 그 확률은 적습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아이가 대략 있을 수 있는 장소들의 확률분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전자도 이와 비슷한 원리로 확률분포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 1887-1961)는 이 개념을 파동방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파동방정식은 미분방정식이기 때문에 이를 만족하는 해는 함수로 얻어집니다. 이 함수는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전자의 위치와 파동 특성을 나타냅니다. 이 함수를 제곱하면 비로소 전자가 3차원 공간에서 존재하는 확률분포가 얻어집니다. 이 확률분포를 바로 전자 오비탈(orbital)이라고 합니다. 전자의 활동 영역을 일정한 궤도가 아닌 확률분포 공간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전자가 발견될 확률이 높은 위치를 표시하면 마치 구름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오비탈을 ‘전자구름’이라고도 부릅니다. 전자가 파동인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보어의 ‘양자화’ 개념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전자가 입자일 뿐이라면 원자핵 주변을 운동하다가 인력에 이끌려 언젠가는 충돌해 소멸합니다. 보어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자가 궤도를 순간적으로 이동한다는 양자 조건을 제시했지만 그 근거가 모호했습니다. 하지만 전자가 파동이라면 이 역시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파동이 ‘정상파’ 형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상파는 마디의 위치가 고정된 파동을 말합니다. 정상파는 배와 마디의 위치가 시간이 변해도 일정하기 때문에 특정 에너지 값을 가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정상파는 기타의 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기타 현의 진동은 내부에서만 움직이죠. 진동에는 진폭이 가장 작은 지점인 마디가 여러 개 있습니다. 마디 사이의 길이는 파장 길이의 절반인 반파장이라고 하죠. 이 마디의 위치가 현의 내부에서만 나타나려면 현의 길이가 반파장의 정수배여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진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간섭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욕조에서 일으킨 물결이 금방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죠. 기타의 현에서 이야기한 정수배 개념으로 불연속이라는 양자 개념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전자들 역시 원자핵 주변에서 각각 불연속적인 특정한 에너지 값을 가진 정상파로 존재하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것이죠. 화학에서 전자의 위치와 운동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모든 원자와 분자는 전자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성원소의 특성에 따라 전자를 주고받거나 공유하기도 합니다. 전자의 파동으로 원자 혹은 분자가 묶이는 것을 화학결합이라고 합니다. 모두 오비탈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이죠. 따지고 보면 모든 물질의 변화는 전자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냐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화학에서 전자의 위치와 운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전구에 불을 켜는 일과 스마트폰의 화면을 밝히는 일처럼 거시적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전자가 입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자 단위의 미시적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은 파동함수를 이해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모든 화학 반응은 궁극적으로 미시적 세계에서 벌어지는 양자역학에 지배를 받습니다. 양자역학은 엄밀히 말하면 물리학 분야입니다. 하지만 화학 역시 연구의 깊이는 다를 수 있으나 양자화학이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학에서도 파동방정식을 만족하는 각종 함수 형태의 해의 종류와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동함수에는 오비탈의 특성을 결정하는 세 종류의 양자수(quantum number)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양자수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양자화학의 세계에는 아직도 할 이야기가 더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