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Cu)는 어떻게 처음으로 발견됐을까요? 지금으로부터 일만 년 전 신석기 시대 누군가가 돌가루를 가열하다가 액체 상태로 녹아나오는 구리를 발견했을 겁니다. 처음 구리를 발견한 사람은 아마도 깜짝 놀랐을 겁니다. 반짝이는 구리 표면에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테니까요. 그 당시 구리는 일종의 거울이었던 셈입니다. 구리는 금속이지만 부드러워서 돌로 두들기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구리로 주전자, 그릇, 장신구 등 다양한 물건들을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문명의 시작이었죠. 하지만 구리는 단지 한 시대만을 바꾼 금속이 아닙니다. 구리는 현대의 인류에게도 찬란한 역사를 선물했죠. 전선, 동전, TV, 컴퓨터, 수도관, 인공위성 등 우리는 온통 구리로 가득한 세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구리는 우리의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금속이 되었죠. 그렇다면 순도 99.99%의 구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먼저 구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원자번호가 29인 구리는 d 오비탈에 전자가 꽉 채워져 있고 s 오비탈에 짝짓지 않은 전자 하나를 갖고 있는 전이금속입니다. 대부분의 전이금속들은 d 오비탈에 빈 자리가 있어 이웃한 다른 원자들과 공유결합을 하기 쉽습니다. 반면 구리는 이웃한 원자와의 공유결합을 하기가 어렵죠. 대신 s 오비탈의 전자가 구리 원자들 사이를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서 금속결합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 자유전자 덕분에 구리는 전류가 잘 흐르는 성질을 가집니다. 어떤 원자가 자신의 전자를 잃어버린 정도를 화학에서는 ‘산화수(oxidation number)’로 표현합니다. 전자를 잃지 않은 상태는 산화수가 0입니다. 구리 원자는 1개 또는 2 개의 전자를 쉽게 잃어 양이온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각각 산화수 1 또는 2가 되는 것입니다. 구리는 대부분 광산에서 광물 형태로 얻어집니다. 구리 광산에서 채굴되는 광물에는 구리가 철, 황, 산소 등 다른 원소들과 결합된 화합물 상태로 존재합니다. 대부분 양이온 상태의 구리가 음이온 상태의 산소나 황과 이온결합을 만들어 산화물 또는 황화물 상태로 존재하죠. 황은 전자를 얻어 음이온 상태가 될 수도 있지만 전자를 붙드는 힘이 약해서 전자를 잃고 양이온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황은 다양한 산화수를 가질 수 있죠. 구리 황화물이 포함된 광물을 공기 중에서 가열하면 황이 전자를 잃고 다른 원자들에게 내어주는 반응이 빠르게 일어납니다. 뜨거워진 광물에 들어있던 황은 산소분자에게 전자를 내주어 이산화황 기체를 만들기도 하고 구리에게 전자를 내주어 산화수가 0인 구리 원자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생겨난 구리 원자들은 점차 모여서 금속결합으로 덩어리를 만들어 분리됩니다. 조금 더 높은 순도의 구리가 얻어진 것이죠. 하지만 광물을 가열하는 방식만으로는 순도 99.99%의 구리를 얻을 수 없습니다. 사실 구리광물에는 규소(Si), 비소(As) 등 더 다양한 원소들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순도 99.99%의 구리를 얻기 위해선 전기분해 방식을 사용합니다. 전기분해 장치는 일반적으로 두 개의 전극과 전극이 담겨있는 전해질 용액 그리고 외부의 전원 장치로 구성됩니다. 전극은 전자가 드나드는 길입니다. 전극은 전원 장치와 용액을 연결하여 회로를 만듭니다. 순환하는 회로 속에서 한 쪽 전극에서 전자가 빠져나오면 다른 전극으로 전자가 들어가죠. 이 때 전자가 빠져나오는 전극 쪽에선 용액에 녹아있는 전해질이 전자를 얻는 반응인 환원반응이 일어납니다. 반대쪽에선 산화반응이 일어나죠. 순도 높은 구리를 전기분해 방식으로 얻는 다는 것은 구리 양이온을 환원시켜 산화수가 0인 구리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평형 상태에서 어떤 상태의 구리가 안정적으로 존재하는지는 용액의 온도와 산성도 그리고 구리의 산화환원전위(ORP)의 영향을 받습니다. 산화환원전위는 어떤 물질이 전자를 잃고 산화되거나 혹은 전자를 받고 환원되려는 경향의 세기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0을 기준으로 산화가 강하게 일어날수록 큰 양수, 환원이 강하게 일어날수록 큰 음수값을 가지죠. 다행히 구리의 산화환원전위는 비교적 0에 가까운 편이기 때문에 산화와 환원 반응을 쉽게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전극에 광물을 붙이고 구리의 산화가 일어나도록 적절한 전위를 가해주면 광물로부터 구리 양이온만 선택적으로 용액으로 녹아 나옵니다. 화합물을 이루던 다른 원소들로부터 구리만 분리되는 셈이죠. 구리 양이온의 환원 반응 역시 특정한 전위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적절히 전위를 조절하면 이 구리 양이온만 선택적으로 환원반응을 일으켜 전극에 도금시켜 순도 높은 구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기분해 방식은 구리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등 다른 비철금속을 제련할 때도 많이 이용될 수 있습니다. 물질에 따른 조건만 다를 뿐 그 원리는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구리는 지난 일만 년 동안 인류와 함께하며 다양한 발전을 이끌어 왔습니다. 구리는 지금도 여전히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연구대상이죠. 최근엔 데이터센터나 인공지능 칩을 비롯한 다양한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구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반면 채굴의 효율이 낮거나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기존의 구리광산들이 점차 폐쇄되면서 구리 공급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순도 높은 구리를 확보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새로운 동기시대(Copper Age)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