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자가 입자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전기를 설명하는 자료에서는 전자를 입자로 설명합니다. 전자는 둥근 원에 마이너스 부호가 있는 모양으로 그려집니다. 전선에 연결된 전구는 전자가 지나가면서 불이 켜집니다. 전자라고 불리는 입자들의 흐름, 이것이 바로 전류입니다. 실제 전자는 매우 작아 눈으로 관찰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전자가 입자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냈을까요? 분명 전자는 눈으로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감각으로 전자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방을 나서기 위해 문고리에 손을 댄 순간 찌릿한 통증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정전기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도체가 아닌 장소에 전자들이 모여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전자 뭉치에 손을 대면 전자들이 빠르게 몸으로 이동합니다. 이 때 발생하는 전압 때문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때로는 전자의 맛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은 건전지에 직접 혀를 대보기도 합니다.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지만 비릿한 금속 맛이 납니다. 사실 금속 맛은 전자와 혀 수용체 사이의 반응을 뇌에서 인식한 가상의 맛입니다. 짠맛, 매운맛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맛과는 다른 것이죠. 전자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꽤나 최근의 일입니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물리학자 조셉 존 톰슨은 마이너스 부호를 갖는 미립자를 처음으로 발견합니다. 19세기 초, 물리학자 돌턴이 제안한 원자 모형은 그저 당구공을 닮은 입자였습니다. 여기에 톰슨은 자신이 발견한 미립자를 추가한 원자 모형을 제안하죠. 이후 러더퍼드가 원자핵을 발견했지만, 전자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었습니다. 톰슨의 가설은 아인슈타인의 광전 효과에서도 입증되었습니다. 빛이 금속 표면에 부딪혀 전자가 방출될 때 전자가 입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발견했죠. 훗날 전자로 불리게 되는 이 미립자가 입자인 것은 분명했습니다. 이제 과학자들은 원자 안에서 전자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하는 지 궁금해졌습니다.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수소 원자의 방출 스펙트럼을 설명하고자 새로운 원자 모형을 제시합니다. 그는 수소 원자에서 전자의 운동을 태양 주변을 공전하는 행성에 비유했습니다. 물론 보어의 이론은 수소보다 더 많은 전자를 가진 원자의 특성은 설명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모형은 여전히 원자에서 전자의 위치와 운동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사용됩니다. 워낙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모형이기 때문이죠. 그는 전자가 불연속적인 각운동량 값만 가질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바로 양자화 개념입니다. 전자들이 특정한 에너지 값 만을 가질 수 있는 존재라는 개념이죠. 양자화는 우리가 사는 거대한 세계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이 빌딩을 원자 한 개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핵은 빌딩 중심부에 있고, 각 층은 전자가 있을 수 있는 에너지 준위 개념이라고 해보죠. 이 때, 전자는 빌딩의 특정 층에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층과 층 사이에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빌딩을 언제든지 오르내릴 수 있지만 계단 중간에 멈출 수 없는 겁니다. 이것이 양자화에 대한 설명입니다. 한편 전자가 원자핵을 중심으로 일정한 궤도를 따라 등속원운동 한다는 설명은 이내 설득력을 잃고 맙니다. 왜냐하면 전자는 입자이기 때문에 궤도를 회전하다 보면 언젠가 힘이 소멸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 양자역학이 새롭게 등장하며 전자는 입자이면서도 동시에 파동의 특성을 가진다고 주장합니다. 루이 드 브로이는 전자를 여러 개 갖는 원자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이론을 제안합니다. 바로 물질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의 성질을 갖는다는 물질파 이론입니다. 물질의 파장은 운동량에 반비례한다는 간단한 수식으로 표현되는 이론이죠. 입자와 파동은 서로 공통점이 없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그는 과감하게 두 개념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묶어 표현했습니다. 당시의 과학자들은 이 이론을 섣불리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주변의 그 어느 물질도 파동의 특성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이론은 원자 단위의 미시세계를 설명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실험으로 증명이 됩니다. 20세기 초, 니켈 금속 결정에 전자총을 쏘는 실험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전자가 파동의 특성을 보인 겁니다. 마치 이중슬릿을 통과한 빛처럼 간섭 무늬가 나타났습니다. 전자는 질량이 매우 작아 그 속도를 곱한 운동량 역시 매우 작습니다. 물질파 이론에 따르면 입자의 운동량이 매우 작다면 그 파장이 충분히 커집니다. 입자들이 파동처럼 작용하는 간섭을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전자의 파동성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과학기술에도 응용되고 있습니다. 전자현미경은 매우 작은 물체를 볼 수 있습니다. 광학 현미경보다 훨씬 높은 해상도를 가지죠. 가시광선과 같은 일반적인 광원에서 방출되는 광자의 파장은 수백 나노미터입니다. 물질파 이론에 따라 계산하면 전자의 파장은 가시광선의 파장보다 훨씬 작게 계산됩니다. 파장이 작아진다는 의미는 더 정밀한 해상도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죠. 전자현미경은 전자를 정밀한 자로 활용해 높은 해상도로 물체를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전자는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의 성질을 가집니다. 그렇다면 이 사실은 화학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