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을 보셨나요? 영화 말미, 해리는 볼드모트에게 정신을 지배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부모, 친구, 대부 등 가까운 사람들이 죽어간 슬픈 기억들이 스쳐지나가죠. 그러나 이내 친구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기억이 떠오르고 위기를 극복하게 됩니다. 볼드모트에게 정신을 지배당할뻔한 순간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해리의 머리속에서 펼쳐진 이 장면은 ‘주마등’이라 불리는 현상입니다. 주마등은 회전하면 말이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장식용 등을 부르는 명칭이었습니다. 등이 회전하며 그려지는 장면이 환각과 착시를 이끌어내기도 해 환등이라 불리기도 하는데요. 죽음의 순간 짧은 환상처럼 스쳐가는 것 역시 같은 방식과 느낌이기에 그렇게 부르게 됐습니다. 사람들은 이 흥미롭고 신비한 현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합니다. 인간의 신체 구성부터 생명의 유지까지 모든 것은 물질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러니 화학적 관점으로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주마등을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두에게 단 한 번 주어지는 죽음의 순간입니다. 하지만 죽음은 너무 극단적입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임사체험이나 환각제 복용 방식으로 주마등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과거 원주민들을 취재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다양한 약초를 넣어 끓인 액체를 들이마시거나, 식물을 불태워 연기를 흡입하는 거죠. 아마존 원주민들은 신화적 세계를 체험하기 위해 아야와스카라는 음료를 마셨다고 합니다. 이들이 말하는 체험 증상은 주마등과 흡사합니다. 명상으로 뇌를 활성화해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조금 더 건강한 방식도 있습니다. 이때 마음의 눈이라 불리는 뇌의 송과체가 작용하게 됩니다. 송과체에서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생체 리듬 조절 및 수면에 관여하는 ‘멜라토닌’과 정서적인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세로토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화학 물질의 분자구조가 매우 닮았다는 점입니다. 멜라토닌, 세로토닌과 닮은 모습의 디메틸트립타민 역시 송과체에서 분비됩니다. DMT라고 줄여 말하곤 하는 이 물질은 일종의 환각, 환청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성분입니다. 멜라토닌, 세로토닌처럼 DMT 또한 생화학 반응으로 합성돼 특별한 상황에서 분비되는 것이 아닐까요? 예를 들어 우리가 주마등을 이야기하는 죽음 직전과 같은 긴박한 마지막 순간 말입니다. 죽은 직후 동물 사체를 분석했을 때 일반적 상황보다 더욱 많은 양의 DMT가 검출됐습니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심정지가 발생하는 순간 무려 6.2배의 DMT가 폭발적으로 분비됐습니다. 물론 쥐와 인간이 완벽히 동일하진 않을 것입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인간에게 분석 장치를 주렁주렁 매달고 DMT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스스로의 몸을 실험 재료로 삼는 어떤 과학자가 없다면 말이죠. 주마등의 원리는 화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2019년, 포유류의 뇌 속 송과체에서 DMT가 합성된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그 재료도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재료, 아미노산 중 하나인 트립토판입니다. 방향족 아미노산 탈탄산효소(AADC)와 인돌-N-메틸전이효소(INMT)가 순차적으로 작용해 아미노산은 주마등 분자로 몸 속에서 변화합니다. 인간도 쥐와 마찬가지로 포유류인 만큼 유사하지 않을까 추측하는 단계입니다. 그러나 DMT의 효과로 일어나는 현상임은 확실합니다. DMT의 작용에 대한 임상실험으로부터 확인되는 몇 가지 현상들은 임사체험, 주마등과 유사합니다. 체험자들은 자신의 몸을 초월해 다른 영역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또한 윙윙 울리는 청각적 인식, 시간이 느려지는 듯한 경험도 하게 됩니다. 생명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과정은 모두 화학 물질들의 반응으로 이뤄집니다. 주마등이라는 특별한 경험 역시 하나의 화학 물질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왜 죽음의 순간에 주마등이 나타나는지, 어떤 의미인지, 조절이나 활용이 가능한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12개의 탄소, 16개의 수소, 2개의 질소로 이루어진 작은 물질인 DMT는 분명 우리에게 마지막 환상을 선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