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의 변화에 따른 순간적인 사물의 모습과 색채를 포착해 화폭에 담았습니다. 빛의 사냥꾼이라 불리는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건초더미(Meules)’와 ‘루앙 대성당(Rouen Catherdral)’ 연작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빛의 역동적인 흐름과 파동을 그려냈습니다. 반면 프랑스의 신인상주의 화가 조르주 쇠라(Georges Pierre Seurat, 1859~1891)는 모네와 다른 방식으로 빛을 표현했습니다. 그가 창조한 기법은 바로 ‘점묘법’인데요. 대표작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A Sunday on La Grande Jatte)’에서 볼 수 있듯 쇠라는 입자 같은 작은 색점을 찍어 빛을 묘사했습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에 주목했듯이, 물리학자들도 빛의 본질을 탐구해 왔습니다. 누군가는 햇빛이 아주 작은 알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누군가는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퍼져 나가는 잔물결 같은 파동이라고 주장했죠. 그렇다면 빛은 입자일까요, 파동일까요? 양자 물리의 핵심은 ‘모든 물체는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다’는 것입니다. 입자란 원자나 전자처럼 당구공 같이 생긴 작은 덩어리를 뜻합니다. 입자들은 당구공처럼 서로 부딪히고 튕겨 나갑니다. 파동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소리, 파도, 지진, 빛처럼 출렁임, 즉 진동이 퍼져 나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소리는 공기 분자의 출렁임이 전파되는 현상이고, 파도나 지진은 각각 물과 땅의 출렁임이 전파되는 현상이죠. 각각의 단어는 이해하기 쉬우나 아무 연관성 없는 두 단어를 연결시키니 뜻이 통하지 않는 문장이 돼 버립니다. 도대체 물리학자들은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걸까요? 실험을 해 보면, 우리가 입자로 알고 있는 물체가 파동의 성질을, 파동으로 알고 있는 현상이 입자의 성질을 지닌다는 게 관측됩니다. 파동으로 알고 있는 현상의 입자성을 증명하는 실험으로는 광전 효과, 흑체 복사, 콤프턴 산란 등이 있습니다. 입자로 알고 있는 물체의 파동성을 증명하는 실험으로는 이중 슬릿 실험 등이 있습니다. 실험 결과, 모든 물체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바닷가 모래밭에 등을 내놓고 엎드려 선탠을 하고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때 우리는 빛이 파동이기 때문에 해에서 나온 에너지가 내 등에 연속적으로 전달된다고 상상합니다. 마치 파도가 해안가에 도달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불연속적인 에너지 덩어리가 당구공처럼 날아와 내 등을 때리는 것입니다. 물론 빛은 반사, 굴절, 에돌이, 간섭 등 파동의 모든 성질을 보여주는 명백한 파동이기도 합니다. 빛은 어떤 때는 파동의 성질을, 어떤 때는 입자의 성질을 보여주는 파동이자 입자인 것이죠. 이처럼 양자 물리의 핵심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물론 간단하다고 해서 이해하기 쉽다는 건 아닙니다. 양자 물리의 아버지 닐스 보어(Niels Bohr, 1885~1962)는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이해가 된다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1918~1988) 역시 “양자 물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라고 했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물체의 극단적인 두 모습만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두 모습 중 하나는 입자, 다른 하나는 파동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우리는 미시 세계 물체의 원래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에 해당하는 개념과 단어가 없습니다.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설명을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거죠. 우리가 지구보다 훨씬 작아 중력을 거의 느낄 수 없는 혹성에서 태어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우리는 중력을 경험한 적이 없으므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중력이라는 개념이 없을 것입니다. 또한 중력이 작용하는 세상의 이야기를 들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중력을 경험한 인류는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기 전까지 중력을 몰랐음에도 오히려 당연히 이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양자 컴퓨터를 비롯한 양자 기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는 슈퍼 컴퓨터도 풀지 못하는 난제를 풉니다. 양자 암호 통신은 근본적으로 도청이 불가능한 통신 방식이며, 양자 원격 이동은 만화처럼 순간적으로 물체를 이동시키는 기술입니다. 이렇게 양자 기술들은 공상 과학 같이 들립니다. 그 이유는 ‘모든 물체가 입자이면서 파동이다’라는 양자 물리의 기본가설이 이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해되지 않지만 양자 물리의 예측은 틀린 적이 없기 때문에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말하는 고양이와 토끼가 등장합니다. 우리는 이들의 존재를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세계에서는 그런가 보다’ 생각하며 이야기를 즐깁니다. 그런 것처럼 양자 물리 이야기도 ‘그 세계의 법칙은 그렇구나’ 받아들이며 즐기면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