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집의 부엌에 가보세요. 올리브유가 있나요? 이번엔 냉장고를 열어 보세요 냉장실에 버터가 있나요? 이제 버터와 올리브유를 비교해 봅시다. 버터는 노란색이고, 올리브유는 녹색으로 색깔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일까요? 버터는 딱딱한 고체이고, 올리브유는 유동성이 있는 액체입니다. 버터는 4 ℃의 냉장실에 있었고 올리브유는 상온에 보관해서 그렇다고요? 그러면 상온에 버터와 올리브유를 그대로 보관해 보세요. 약간 부드러워졌지만 올리브유와는 달리 버터는 여전히 고체로 존재합니다. 반대로 올리브유를 냉장실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4 ℃에서 대부분의 올리브유는 유동성이 감소한 슬러시 같은 형태로 변하지만 버터 같은 딱딱한 고체가 되진 않습니다. 도대체 버터와 올리브유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우리가 요리에 자주 사용하는 올리브유, 해바라기유, 식용유, 콩기름, 그리고 들기름과 참기름은 모두 상온에서 액체입니다. 그렇다면 상온에서 고체로 존재하는 지방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유로 만든 버터 외에도 돼지기름, 소기름, 참치 뱃살의 기름은 고체 상태로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식물성 지방은 상온에서 액체이고, 대부분의 동물성 지방은 상온에서 고체입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식물성 지방인 야자유는 상온에서 버터와 같은 고체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식물성 지방은 상온에서 액체이지요. 그렇다면 동물성 지방과 식물성 지방은 어떤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서 물리적 성질이 다르게 나타날까요? 우선 지방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지방, 즉 기름은 ‘트리아실글리세롤’이라는 물질을 일반적으로 부르는 말입니다. 혈액으로 지질검사를 받으면, ‘콜레스테롤’인 LDL, HDL 외에 중성지방의 수치를 알 수 있어요. 이때 중성지방이 바로 트리아실글리세롤입니다. 트리글리세라이드(TG)라고도 부르죠. 트리아실글리세롤의 이름을 풀어보면 트리(tri)는 3, 아실(acyl)은 지방산(fatty acid)에서 수산 기가 떨어진 부분을 뜻합니다. 지방산이 글리세롤과 결합할 때 지방산에서 수산기($\text{-OH}$), 글리세롤에서 수소 원자($\text{H}$)가 떨어져나와 물($\text{H}_2\text{O}$)을 형성하거든요. 그러니까 트리아실글리세롤은 3개의 지방산이 3개의 아실기로 전환되어 글리세롤에 결합한 것입니다. 생명체는 필요 이상의 에너지원을 섭취하면 지방산을 합성해 에너지를 저장합니다. 지방산은 에너지가 필요한 경우 다시 분해돼 에너지를 생성하지요. 하지만 당장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지방산이 글리세롤에 결합해 트리아실글리세롤, 즉 지방의 형태로 저장됩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읽지 않아도 나중에 볼 수 있도록 끈으로 책을 묶어서 보관해놓는 것과 같죠. 상온에서 고체와 액체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지방산입니다. 즉, 지방산의 모양에 의해 지방의 녹는점이 결정됩니다. 지방산은 대부분 탄소와 수소로 구성된 탄화수소사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탄화수소 사슬에 수소가 더 이상 결합할 곳이 없도록 꽉 차서 포화된 것을 포화지방산이라 합니다. 포화지방산은 꺾이지 않고 일자로 쭉 뻗은 모양이라서 통에 빽빽이 들어있는 이쑤시개처럼 서로 밀착해서 존재합니다. 반면, 탄화수소사슬에 수소가 더 결합할 여지가 있는 지방산을 불포화지방산이라고 합니다. 수소가 추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에는 탄소와 탄소사이에 이중결합이 형성되며, 이 부분에서 불포화지방산 사슬은 꺾인 모양을 가집니다. 중간이 꺾인 모양이므로 포화지방산처럼 서로 가까이 있지 못하고 거리를 두고 떨어져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포화지방산을 주로 가진 지방 분자는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진 지방보다 서로 가깝고 빽빽하게 배열되어 분자 사이의 인력이 큽니다. 그래서 포화지방산의 유동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에너지가 불포화지방산보다 더 많이 들게 되지요. 그러므로 포화지방산의 녹는점이 불포화지방산보다 높고 상온에서 주로 고체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녹는점 차이에 착안해 개발된 식품이 바로 마가린입니다. 마가린은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 참여했던 프랑스 군사들을 위해 나폴레옹 3세의 명령으로 개발됐죠. 비싼 버터 대신 빵에 발라먹을 저렴한 고체 기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1902년 독일의 빌헬름 노르만(Wilhem Normann, 1879~1939)이 식물성 불포화지방산을 수소화시켜 포화지방산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이중결합이 있는 불포화 지방산에 수소를 첨가하여 단일 결합으로 만드는 것이죠. 이를 통해 식물성 지방으로부터 만들어진 저렴한 마가린이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사실 초창기에는 불포화지방산을 수소화하는 과정에서 몸에서 분해가 잘 되지 않는 트랜스 지방이 생성되는 부작용이 있었어요. 하지만 오늘날 생산되는 마가린은 전부 트랜스 지방이 0 %이므로 이제는 걱정 없이 마가린을 즐길 수 있습니다. 비싼 버터대신 마가린을 요리에 사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