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조상들은 오랜 기간 동안 생물학적 원리를 모른 채 유전 실험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조상들은 지속적으로 늑대를 교배시켜 개를 가축화했습니다. 귀엽고 친근하며 온순한 늑대를 선택적으로 길렀죠. 이 과정을 대대로 반복해 결국 약 2만 년 전에 다양한 종의 개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는 인공 선택의 예로서 일종의 유전학 실험입니다. 하지만 교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원하는 자손이 나올 때까지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죠. 이렇듯 인공 선택 교배에서 가장 큰 수수께끼는 "왜 형질이 때때로 사라졌다가 후대에 다시 나타나는가?"였습니다. 이 같은 의문은 19세기 초반 그레고어 멘델(Gregor Johan Mendel, 1822~1884)이 유전법칙을 발견하며 유전학으로 발전하게 됐죠. 멘델은 1822년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농사와 원예를 도왔던 그는 자연스레 자연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부상을 당하며 가세가 기울었고, 그는 대학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20살이 되던 해인 1843년,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입회하게 됐습니다. 수도사로서의 생활은 그에게 학문에 대한 갈증을 채워줄 좋은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금전적인 걱정 없이 공부를 이어갈 수 있게 된 멘델은 과학에 대한 지식을 쌓아갔습니다. 이를 좋게 본 대수도원장의 추천으로 멘델은 빈 대학에서 청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그는 빈 대학에서 물리학, 수학, 화학, 식물학, 고생물학, 식물생리학 등을 공부했습니다. 요즘 말로 멀티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는 당시에도 매우 드문 일이었고, 요즘에도 드문 일입니다. 공부를 마친 멘델은 수도원에 있는 조그마한 뜰에서 유전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8년 동안 225회에 이르는 인공 교배를 진행했고, 1만 2000여 종의 잡종을 얻었습니다. 멘델은 이 모든 과정과 결과를 바탕으로 ‘식물잡종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작성해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멘델이 그동안 공부한 수학적, 통계학적 계산이 동반됐습니다. 이것 때문에 멘델이 실험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과학자들은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멘델이 유전 연구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완두를 실험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것이죠. 완두가 멘델의 유전 연구에 이상적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작고 빨리 자랍니다. 이는 경작하기 쉽다는 뜻으로 그 용이성 덕에 짧은 시간에 경제적으로 많은 실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완두는 순수계통을 확립하기 쉽습니다. 자가수정으로 번식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하나의 형질만 보이는 집단을 확립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유전학 실험 결과의 정확성과 재현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 조건이죠. 교차수정도 쉽기 때문에 순수계통끼리의 교차를 통한 실험 역시 가능합니다. 여러 가지 형질을 결합하는 것도 가능하죠. 셋째, 완두는 매 세대마다 많은 자손을 생산합니다. 이는 실험 데이터의 신뢰도가 높다는 뜻입니다. 3,000개의 노란색 완두와 1,000개의 녹색 완두를 얻는 것은 6개의 노란색 완두와 2개의 녹색 완두를 얻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결론을 도출하죠. 넷째, 완두는 명확히 구분되는 단순한 형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찰이 쉽다는 뜻이죠. 실제로 멘델은 완두의 색깔과 모양을 구분하는 실험을 통해 우성과 열성, 분리의 법칙, 독립의 법칙 등을 발견했습니다. 멘델이 어쩔 수 없이 실험 재료로 완두를 선택했다는 재밌는 얘기가 있는데요. 원래는 쥐로 실험하려 했으나 주변에서 엄청난 반대를 했답니다. 그의 대발견은 그의 천재성, 교육 배경 등 외에도 정말 천운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멘델이 발견한 유전법칙은 유전학의 시초가 됐으며 여러 분야에서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유전학의 발전으로 우수한 작물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고, 유전병에 대한 연구도 발전할 수 있었죠. 하지만 모든 과학이 그렇듯 유전법칙 역시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나치의 인종 청소, 존슨-리드법(the Johoson-Reed Act) 등의 폭력적인 결과가 바로 그것입니다. 과학은 가치중립적입니다. 일종의 사실이기 때문이죠. 과학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로 우리에게 달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