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무엇일까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로 알려진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셔먼장군(제너럴 셔먼)이라는 나무의 부피는 \(1487 \, \text{m}^3\), 키는 84 m입니다. 부피, 즉 덩치는 세계 제일의 나무이지만 키가 가장 큰 나무는 아닙니다. 셔먼장군보다 더 키가 큰 나무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키가 가장 큰 나무는 레드우드 국립공원 근처에서 자라고 있는 세쿼이아 나무인 하이페리온입니다. 무려 키가 116 m에 달합니다. 이렇게 키가 큰 하이페리온의 맨 꼭대기에 있는 잎까지도 식물은 물을 올려 보낼 수 있습니다. 세쿼이아 나무의 기둥에 물 펌프가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빌딩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까지 물을 보낼 수 있는 것일까요? 아마 많은 분들은 나무의 꼭대기 부분까지 물이 올라갈 수 있는 이유를 모세관 현상이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모세관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 쏟아진 커피를 휴지로 닦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휴지에 존재하는 섬유 사이의 작은 틈으로 액체가 흡수되기 때문이지요. 마른 수건으로 젖은 머리칼을 말릴 수 있는 이유도, 붓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세관 현상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가 처음으로 발견해 기록한 것으로 액체가 고체의 작은 틈으로 흡수되어 이동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어떤 액체의 표면 위에 지름이 \( r \)인 관을 수직으로 꽂았을 때 관 위로 올라가는 액체의 높이 \( h \)는 다음과 같이 쥬린(James Jurin, 1684~1750)의 법칙에 의해 정의됩니다. \[h = \frac{2\gamma \cos \theta}{\rho g r}\] 이 식에서 \( \gamma \)는 표면장력, \( \theta \)는 모세관 벽과 액체 표면이 접촉하는 면 사이의 각도, \( \rho \)는 액체의 밀도, \( g \)는 중력가속도입니다. 식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액체가 올라가는 높이는 관의 지름이 작을수록, 표면장력이 클수록 커집니다. 그렇다면 표면장력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표면장력은 액체의 표면에서 액체를 이루는 분자들이 서로 응축하여 표면적을 적게 하려는 성질 때문에 발생합니다. 소금쟁이가 수면에 떠 있을 수 있는 이유, 아침에 잎사귀 위에 맺힌 물방울이 동그랗게 만들어지는 이유도 표면장력 때문입니다. 물 분자는 두 개의 수소 원자와 한 개의 산소 원자가 \(104.5^\circ\)의 결합 각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산소와 수소 원자 사이의 전자는 산소 원자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산소가 수소보다 전자를 더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소 원자 쪽은 부분 양전하, 산소 원자 쪽은 부분 음전하가 생깁니다. 물 분자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분 음전하와 부분 양전하를 이용하여 서로 결합합니다. 이러한 물 분자 사이의 수소결합 때문에 물 분자는 응집력을 갖게 되고 다른 유기용매에 비해 높은 표면장력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세관 현상에 의한 물의 이동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식물의 물관 지름은 \(75 \, \mu\text{m}\) 정도입니다. 따라서 계산에 의하면 모세관 현상에 의한 힘 만으로는 \(2 \, \text{cm}\) 이하의 높이로 밖에는 물을 이동시킬 수 없습니다. 나무의 꼭대기까지 물을 이동시키려면 모세관 현상 이외의 다른 힘이 필요합니다. 그 다른 힘 중 하나는 잎의 증산작용입니다. 식물의 잎에서는 기공을 통해 끊임없이 물이 공기 중으로 증발합니다. 식물의 물관 안의 모든 물 분자는 마치 줄줄이 연결된 비엔나소시지처럼 맨 아래쪽 뿌리부터 맨 꼭대기 잎 부분까지 일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 분자 사이의 응집력 때문입니다. 따라서 잎에서 하나의 물 분자가 공기 중으로 증발되면 바로 뿌리에서 잎 방향으로 물 분자들이 줄줄이 이동합니다. 여기에 뿌리에 작용하는 삼투압이라는 또 다른 힘이 작용합니다. 뿌리 안쪽의 염분 농도는 뿌리 바깥쪽보다 높습니다. 따라서 물 분자는 삼투압에 의해 뿌리 바깥에서 뿌리 안쪽으로 이동하면서 물 분자를 위로 밀어 올립니다. 이렇게 위에서 끌어주는 잎의 증산작용, 중간에 작용하는 물관의 모세관 현상, 밑의 뿌리에서 밀어주는 삼투압이 함께 작용하여 수십 m 이상 물을 나무 꼭대기까지 이동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나무 위로 물이 이동하는 높이의 한계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합니다. 실제로 하이페리온처럼 116 m 높이의 큰 나무 꼭대기까지 물의 이동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물의 이동이 수십 m 이하가 한계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레드우드 국립공원의 세쿼이아 나무는 가지 주변에 사는 다른 착생식물의 잔해가 분해되면서 생기는 물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 기후 특성상 자주 발생하는 안개로부터 잎이 직접 물을 빨아들이기도 합니다. 나무 맨 꼭대기의 잎은 뿌리에서 올라오는 물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물을 빨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큰 나무가 지속적으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의 보전도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 하이페리온 주변은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이페리온에 무단 접근하면 6개월 이하의 징역 혹은 5000달러 이하의 벌금을 낼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