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이 ‘종의 기원’(1859)을 출간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1861년의 이른 봄이었습니다.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졸른호펜 마을엔 헤르만 폰 마이어(Hermann von Meyer)라는 의사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화석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어 환자들에게 치료비 대신 화석을 받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그에게 심각한 폐 질환을 앓고 있는 석공 하나가 찾아와 까마귀 크기의 새 화석이 담긴 돌판 하나를 건넵니다. 이 화석은 훗날 ‘시조새’로 불리게 됩니다. 화석의 경제적 가치를 잘 알았던 마이어는 이 화석을 사려면 자신이 가진 수천 점의 화석을 모두 사야 한다고 광고했습니다. 멀리 영국 자연사박물관의 리처드 오언(Richard Owen, 1804~1892)에게 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오언은 ‘공룡(dinosaur)’이라는 단어를 만든 생물학자입니다. 그는 모든 생물 종은 신이 직접 창조했으며 진화 같은 건 없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오언은 이 화석이 진화론자의 손에 넘어가서 진화의 증거로 쓰이는 게 두려웠습니다. 자신이 먼저 손에 넣어서 시조새가 파충류와 조류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가 아님을 증명해야 했죠. 시조새가 박물관에 도착한 지 단 석 달만에 오언은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단계가 아니라 그냥 최초로 알려진 새일 뿐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면 그것은 과학이 아닙니다. ‘다윈의 불독’을 자처했던 토머스 헉슬리는 오언의 주장을 꼼꼼하게 반박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졸른호펜 화석층에서 나온 작은 공룡 $\textit{콤프소그나투스 롱기페스}$도 찾아냈죠 시조새에서 깃털만 제거하면 이 공룡과 모든 면에서 똑같았습니다. 완벽한 파충류인 콤프소그나투스가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단계인 시조새와 연결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죠. 그렇다면 시조새는 정말로 새의 시조일까요?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면 그것은 과학이 아니죠. 시조새를 둘러싼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물론 오언의 창조설은 일찌감치 배제됐고 헉슬리의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졌지만, 새롭게 나타난 증거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론에 따르면, 콤프소그나투스가 속한 육식 수각류 공룡에서 시조새와 새가 각각 다른 경로로 진화했습니다. 즉 시조새는 공룡으로부터 진화했으나 새의 시조는 아니며, 새는 공룡에서 따로 진화했다는 것이죠. 새를 새라고 부르게 하는 특징은 무엇일까요? 비행, 알, 둥지, 울음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각각의 특징을 갖는 동물은 수없이 많습니다. 다른 동물과는 구분되는, 오로지 새에게만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깃털입니다. 새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깃털이 있습니다. 솜깃털은 작고 솜털이 많아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 줍니다. 칼깃형 깃털은 뻣뻣하고 줄기가 두꺼우며 양쪽에 날이 서있고 비행에 사용됩니다. 그동안 고생물학자들은 칼깃형 깃털이 까마득한 옛날 새들의 조상이 비행이나 활강을 시작한 이래 줄곧 하늘을 날기 위해 진화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복해서 강조하건대 이야기가 그대로 끝나면 그것은 과학이 아닙니다. 2011년 독일 바이에른 주에서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시조새 화석이 새로 발견됐습니다. 예전 시조새 화석처럼 날개에 비대칭형 칼깃형 깃털이 있었습니다. 비행을 위해 적응한 것이 분명했죠.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칼깃형 깃털들이 날개가 아닌 뒷다리에도 있는 것입니다. 칼깃형 깃털을 가진 동물의 상당수가 비행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어떤 동물은 날개가 너무 짧았으며, 깃털이 달린 곳이 모두 제각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날개가 정말 비행을 위한 것인지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비행체 설계에 한치의 오차라도 있다면 떨어져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조류 조상의 깃털은 종에 따라서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됐습니다. 암컷에게 구애를 하거나 방수, 보온 등 다양한 목적이 있었죠. 그리고 나중에 하늘을 날기 시작했을 때야 비로소 신체 부위 가운데 깃털을 선택해 전문화된 비행 도구로 진화시킨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모든 조류가 일제히 날게 된 것은 아니며, 조상이 다른 새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날기 시작했습니다. 새가 공룡이라는 것은 더 이상의 논란거리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공룡은 언제부터 새가 됐을까요? 이는 공룡이 언제 깃털을 갖게 됐는지와 연결됩니다. 공룡은 지금부터 2억 4천만 년 전 지구상에 처음 등장할 때부터 깃털이 있었습니다. 초식공룡에게 있는 한가닥 섬유 모양의 구조체는 육식공룡의 복잡한 원시깃털에 비해 너무 초라해서 깃털이라 부르기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 러시아 연구팀이 공개한 1억 7500 만 년 전 공룡인 $\textit{쿨린다드로메우스 자바이칼리쿠스}$의 머리와 몸통에는 섬유 모양의 구조체가 있었습니다. 팔과 다리에는 더욱 복잡한 깃털 모양의 구조체도 있었죠. 이는 육식공룡에서 나타나는 깃털의 배열과 비슷합니다. 마침내 육식공룡과 마찬가지로 간단한 모양의 깃털과 복잡한 모양의 깃털이 섞여 있는 초식공룡을 발견한 것입니다. 물론 과학자들은 초식공룡이 하늘을 날았다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적어도 육식공룡뿐만 아니라 초식공룡도 깃털이 있었다는 사실은 입증됐지요. 어쩌면 모든 공룡의 공통조상도 깃털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새는 공룡의 후예가 아니라 살아남은 공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