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그 영화에는 니콜라스 플라멜(Nicolas Flamel)이라는 연금술사가 나옵니다. 그는 평범한 쇳조각을 순금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졌으며 불사약을 만들기도 했죠. 하지만 연금술사는 판타지 영화나 소설에만 있던 직업이 아닙니다. 연금술사는 중세에 실존했던 직업으로 현대의 화학자와 비슷합니다. 이들은 우리 주변에 있는 물질을 금이나 마법약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실험을 했습니다. 연금술사들의 활발한 실험 활동을 바탕으로 화학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고 1700년대 중반, 유기화학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유기화학은 무엇일까요? 유기화학을 알고 싶다면 먼저 화학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화학은 물질의 상태 변화를 연구하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 변화를 관찰하는 학문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물질은 무엇일까요? 화학에서 물질이란, 질량을 가지고 있고 공간을 차지하는 모든 것을 말합니다. 물질은 물이나 바위처럼 눈에 보이거나 만질 수 있는 것일 수도 공기나 빛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기화학은 탄소로 이루어진 물질의 상태 변화와 그 에너지의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그렇다면 탄소화학이라고 부르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왜 우리는 유기화학을 ‘유기화학’이라 부를까요? 과거의 연금술사와 화학자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물질로 실험했습니다 그리고 실험 결과로 무엇이 생기는지 그 특징은 무엇인지 세세하게 기록했습니다. 그들은 근대에 이르러 동·식물로부터 분리된 물질과 광물로부터 분리된 물질의 성질이 다르다는 점을 발견합니다. 동·식물로부터 분리된 물질들은 공통적으로 녹는점이 낮은 물질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광물로부터 분리된 물질들과 비교했을 때 분리·정제가 어려웠습니다. 당시의 화학자들은 이 차이가 ‘생명력’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생기론(vitalism)’이라는 이론이 탄생했습니다. 생기론에 따르면 생물로부터 분리된 물질은 곧 생명력이 충만한 물질이었죠. 이런 물질들을 동물의 장기(organ)로부터 얻어진 물질이라 하여 유기(organic)물질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생명이 없는 원천으로부터 얻은 물질은 무기(inorganic)물질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기물질과 무기물질을 다루는 화학 분야를 각각 유기화학, 무기화학이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생기론 등장 이후 많은 화학자들은 생명력이 있는 물질로만 새로운 유기물질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이런 믿음에 어긋나는 일들이 나타납니다. 1816년 프랑스 화학자인 미셸 외젠 슈브뢸(Michel Eugène Chevreul)은 예외를 발견합니다. 유기물인 동물성 지방과 무기물인 수산화나트륨($NaOH$)을 혼합해 비누와 글리세린을 얻는 실험에 성공한 것이죠. 이는 당시 정설이라 여기던 ‘무기물로는 유기물을 만들 수 없다’는 믿음에 타격을 줍니다. 1828년 독일 화학자 프리드리히 뵐러(Friedrich Wöhler)가 무기물인 시안산암모늄($NH_{4}OCN$)으로 부터 유기물인 요소(urea) 합성에 성공합니다. 이는 생기론을 반박하는 매우 결정적인 실험으로 여겨집니다. 이후 다른 화학자들도 생기론에 맞지 않는 여러 실험 결과들을 발표합니다. 그렇게 유기물과 무기물은 생명력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이후 과학기술이 발전하며 물질의 화학적 구조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대부분의 유기물이 탄소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유기화학은 사실상 수많은 탄소화합물을 다루는 학문인 셈이죠. 과거와 달리 현대의 유기화학은 생명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더라도 탄소가 포함된 모든 화합물의 영역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기화학은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요? 유기화학은 우리의 일상 속 모든 곳에서 활용됩니다. 특히 인간의 생명현상 연구나 의약품 연구 및 개발에 유기화합물이 쓰입니다. 인간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으로 구성된 고분자 유기화합물이기 때문입니다. 유기화학은 플라스틱, 타이어, OLED 패널, 종이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유기화학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탄소를 저감 혹은 재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이어집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메탄올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도 등장했습니다. 우리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고 동시에 환경문제까지 해결하는 유기화학의 세계가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