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는 한없이 인자한 아버지가 직장에서는 매우 엄격한 상사라면 이 사람은 과연 인자한 걸까요, 엄격한 걸까요? 이중인격을 가진 사람일까요, 아니면 같은 사람인데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요? 물리학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바로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입니다. 모든 기본 입자는 상황에 따라 어떨 때는 입자와 같은, 어떨 때는 파동과 같은 속성을 보입니다. 입자냐, 파동이냐를 두고 논쟁은 오랫동안 계속됐습니다. 과연 이런 논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이 논쟁은 현대 물리학이 탄생하기 전부터 있었습니다.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2~1726)으로부터 시작된 빛의 속성에 대한 논쟁이 바로 그것이지요. 뉴턴은 중력(만유인력) 이론으로 천체가 움직이는 방식을 거의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중력 이론을 만드는 데 들인 시간과 노력보다 훨씬 공들인 주제가 있었다는 건데요. 바로 빛의 속성에 대한 탐구였습니다. 그는 직접 실험실을 차려 프리즘을 통과하는 빛이 무지개색으로 갈라지는 현상을 탐구했습니다. 그의 생각과 관찰 결과를 정리한 ‘광학(1704)’이란 책도 썼지요. 뉴턴은 빛도 입자 알갱이로 만들어졌다고 믿었습니다. 빛은 공기 중에서 직진하고 거울에서 반사될 때, 입사각과 반사각이 똑같다는 특성이 있는데요. 이것이 그가 만든 뉴턴 역학에서 입자가 운동하는 방식과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네덜란드의 과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 1629~1695)는 뉴턴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빛의 속성을 이해했습니다. 빛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일어나는 파동과 같은 성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죠. 그의 이론은 빛의 방향이 공기에서 물 속으로 들어갈 때 왜 휘는지, 작은 구멍을 통과하는 빛은 왜 넓게 퍼지는지를 뉴턴의 이론보다 더 잘 설명합니다. 1801년 무렵 영국의 과학자 토머스 영(Thomas Young, 1773~1829)은 이중 슬릿 실험으로 이 논쟁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그는 작은 구멍이 뚫린 종이에 빛을 통과시켰습니다. 그 빛을 이번에는 두 개의 구멍이 뚫린 두번째 종이에 통과시킨 후, 최종적으로 화면에 맺히게 했습니다. 만약 빛이 입자 알갱이라면 두 구멍을 통과한 빛은 각각 다른 곳에 밝은 점으로 맺힐 겁니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화면에는 두 구멍을 통과한 빛의 간섭 효과로 밝고 어두운 지점이 교차하는 무늬가 생겼지요. 이런 현상은 빛이 입자란 관점으로는 설명이 어렵지만 파동이라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이렇게 영의 실험 덕분에 ‘빛은 파동이다'라는 게 확실해졌습니다. 1864년, 제임스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은 빛의 거동을 정확히 묘사하는 방정식을 만듭니다. 이를 통해 더더욱 빛은 파동처럼 거동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와 빛은 파동이라는 관점이 다시 한번 뒤집힙니다. 그 주역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었죠. 그는 ‘빛이 파동인지 입자인지는 너무나 크기가 작은 미시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우리가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광전 효과 실험은 빛이 입자라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광전 효과는 아인슈타인보다 앞선 물리학자인 하인리히 헤르츠(Heinrich Hertz, 1857~1894)가 먼저 했던 실험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빨간색 빛을 금속판에 비추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보라색 빛을 비추면 전기 스파크가 일어났죠. 즉 특정 주파수 이상의 빛이 금속 표면에 닿을 때, 그 금속에서 전자가 방출되는 현상을 본 것입니다. 당시에는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빛이 그 주파수에 비례하는 에너지를 갖는 입자라고 가정하면 광전 효과를 깔끔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과 맥스웰이 주장한 ‘빛은 파동이다'는 관점에 대반전이 일어난 셈입니다. 1927년, 미국의 클린턴 데이비슨(Clinton Davisson, 1881~1958)과 래스터 저머(Lester Germer, 1896~1971)는 토마스 영이 했던 것과 비슷한 실험을 합니다. 아인슈타인의 논문이 나온 지 약 20년 만이었죠. 이번엔 빛 대신 전자를 니켈 금속 표면에 쏘아 보냈습니다. 전자가 입자라면 니켈 표면에 입사한 각도와 똑같은 각도로 반사돼야 합니다. 그런데 실험을 해보니 전자가 어떤 각도로는 많이 반사되고 다른 각도로는 별로 반사되지 않았습니다. 빛의 간섭 무늬와 비슷한 현상을 보였지요. 이번엔 입자라고 생각했던 전자가 파동처럼 거동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상황에 따라 입자 혹은 파동의 속성을 갖는다는 전자의 이중성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양성자의 크기는 불과 $10^{-15} \, \text{m}$ 밖에 안 됩니다. 이렇게 작은 공간에 ‘파동'을 집어넣을 수 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요? 가령 우리가 완전히 밀폐된 방 속에서 서로 대화한다고 해봅시다. 우리가 주고받는 목소리는 파동이지만 결코 그 방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아주 멀리서 보면 우리의 목소리는 그 작은 방에 갇혀 있는 입자처럼 보입니다. 양성자나 전자도 아주 작은 방에 갇혀 지내는 파동이라, 마치 입자처럼 보인다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과학적인 관점입니다.